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외국어·외래어들의 한글 침범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한글 파괴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흔히 한글 파괴를 이야기 할 경우 무분별한 비속어, 은어 사용을 언급하곤 하지만 국제화 시대에 끊임없이 유입되는 외국어, 외래어들이 올바르게 이용되는 그 이상을 넘어서 한글의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죠.
 
  특히 충분히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경우임에도 외국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곤 합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패션 업계 쪽의 잡지, 설명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서점에 가서 패션 관련 잡지를 아무 종류나 골라 펴 보아도 이런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요. ‘패션 잡지의 경우 관련 분야의 선구지가 외국이다 보니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 분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굳이 그랬어야만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표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슬릿 스커트는 상의 매치가 관건! 베이식 상의와 매치해야 룩이 웨어러블해진다. 실크 소재를 선택하면 우아함이 더해져 여성스럽다.
 
  인용한 부분은 국내 여성 패션 잡지 C의 2013년 6월호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슬릿 스커트’는 타이트한 치마에 트임을 내어 활동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치마의 종류입니다. 이와 같은 옷의 한 종류를 칭하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하더라도 ‘매치’, ‘베이식’, ‘웨어러블’과 같은 단어는 ‘맞춤‘, ‘기본의’, ‘적합한(혹은 잘 어우러지는)’ 등 우리말로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이렇게 영어 단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 평소에 자주 쓰이지 않는 단어들은 오히려 독자들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점점 과해지자 독자들은 유독 이와 같은 표기가 많은 V모 잡지의 이름을 따서 ‘V모잡지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역’을 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말인데 우리말로 느껴지지 않고, 실제로도 우리말이라 말하기 힘든 표현을 우리말로 번역해 읽어야만 하죠.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업계의 선구지이며 국내보다 활발한 시장을 보여주는 국외의 사정을 최대한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말에 그 의미를 적절히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있는 상태에서까지 이런 표기를 해야 할까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표기 방법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절히 바꿀 수 있는 외국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나아가 대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에서도 많은 단어들이 발음 그대로 표기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종일까요. 이미 이런 현상이 보편화되었다는 이유로 고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말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맙니다.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제 또한 더 이상 문제로 볼 수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표기법을 줄이고 적절한 우리말을 찾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또 강조함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김소영 학생
국어국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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