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관광객에게 관광지를 설명하는 황기준 학생. 사진제공 황기준 학생
 
  경복궁, 남산타워, 북촌한옥마을, 서대문형무소… 다들 한번쯤 들어본 혹은 가보았을 서울의 명소다. 이곳을 즐기는 것을 넘어 외국인에게 관광가이드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황기준 학생(역사학과 3)이다. 1년째 서울의 유명 코스를 다니며 한국을 알리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무료로 서울투어를 제공하자는 뜻으로 똘똘 뭉친 대학생들이 만든 ‘서울메이트’. 현재 황기준 학생이 속한 단체의 이름이다. 자원봉사단체다보니, 활동비 지급이 없는 것은 물론 모든 경비를 멤버들끼리 십시일반으로 충당하고 있다. 학생으로서 조금은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외국인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만으로 활동에 원동력을 얻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와 서울메이트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 평소 자주 방문하지 않던 중앙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모집공고를 보고 묘한 매력에 이끌려 지원을 하게 됐다. “공고문을 보자마자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외국인이랑 같이 지내면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서울 투어는 한 달에 두 번씩, 토요일에 진행된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관광이지만 완벽한 관광을 선사하기 위한 준비는 결코 쉽지 않다. 더 좋은 명소가 있다면 코스는 언제든지 새롭게 바뀐다. 사전답사는 기본이고, 투어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엔 설명할 부분을 외우고 또 외운다. “아무래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투어를 하다 보니, 특히 역사적인 부분에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어떤 때는 학과공부보다 투어를 위한 공부에 더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라고 한다. 그가 준비한 영어대본과 각종 자료들이 그의 노력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아찔한 순간들도 많았다. 활동을 시작하던 첫날, 잘해보겠노라고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지만 떨리는 마음에 투어 내내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한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번지점프를 하러 갔는데 이미 현장판매가 매진이 돼버린 적도 있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관광객들의 탄식에 당황함도 잠시, 즉흥적으로 코스를 에버랜드로 옮겨 무사히 투어를 마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아찔함도 그에게는 이제 즐거움이다.  
 
  영어실력 향상을 기대하고 들어왔다던 그지만, 사실 아직 영어실력은 그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외국인과 교감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Sound great!, Never mind! 등의 감탄사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런 표현을 쓰다 보니 외국인 친구들의 말에 공감하게 되면서 더욱 가까워지더라고요.” 
 
  서울메이트의 관광코스는 특별하다. 전쟁기념관 같은 한국의 역사적인 명소를 방문하면서 실제로 한국에 대한 오해와 왜곡된 시각이 바뀌게 된 외국인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우리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투어에 만족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영어실력이 좀 부족하면 어떠랴. 진심만 있다면 언어의 장벽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와 함께 한국을 맛본 외국인 관광객만 어느덧 100명이 훌쩍 넘었다. 그는 오늘도 우리나라의 역사와 서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