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등·하교만 반복하는 내게 학교일은 관심 밖이다. 이 글의 주제만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부분 수강신청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의견을 하나씩 듣다보니 이번 학기 수강신청 때 겪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8월 중순, 지난 학기에 겨우 주 전공을 마친 나는 제2전공과목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문화콘텐츠융합전공’을 선택하고 과목들을 살펴보니 시간이 겹치는 것은 다반사요, 심지어 몇 개 과목은 ‘대학원’ 수업이 아닌가. 학부생이 대학원 수업을 들어야 하다니. 여타 연계전공이나 융합전공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대학원에 비해) 적은 등록금으로 깊이 있는 수업에 들어야하는 상황에 고마워해야하나 싶었다.
 
  들을 수 있는 과목이 적으니 어쩔 수 없이 장바구니 담기를 클릭했는데 “해당 과목은 대학원 개설 과목입니다. 자세한 부분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세요”라는 내용의 팝업창이 떴다. 공지사항에는 “첨부된 문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고, 해당 문서를 대학원에 제출해야 수강신청이 된다”고 했다. 달랑 이 문장이 끝이었다. ‘그럼 수강취소는 또 어떻게 하라는 거지? 라는 의문도 들었다.
 
  들을 수업이 없는 융합전공 이수생은 결국 해당 문서를 클릭했다. 그러나 문서 다운은 안됐고, 일정상 대학원에 갈 수 있는 날도 없었다. 결국 대학원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다. 대학원 수업이지만 학부생에게 열렸으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기도 하다. 최소한 장바구니 담기는 할 수 있게 해줬어야 했다. 결국 나는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나머지 과목으로 수강신청에 도전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개중에는 신청 당일에 융합전공 여석이 0으로 나온 과목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이번학기에 겪은 일이다. 융합전공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는 이상, 나처럼 들을 수업이 없어 고생하던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대안이 있다면 공지를 해줘야 학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는다. 가령, 위에 언급된 대학원 수업의 경우, “대학원에서 개설하지만 학부생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는 한 문장을 덧붙이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학부 내 수업권도 보장하지 못하면서 융합전공을 개설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완책이 ‘대학원 수업에 꼽사리끼기’였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배우는 학문은 깊이가 다르다. 즉, 학부에서 배웠다는 전제하에서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이는 명백한 수업권 침해다. 차라리 전공 인정 과목 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오늘(18일)부터 29일까지 복수, 연계, 융합, 학생설계전공, 부전공 신청기간이다. ‘융합’, ‘연계’와 같은 그럴듯한 이름에 속아 무턱대고 신청하지 말자. 학교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다운받아 커리큘럼을 읽으며 신중하게 신청하길 바란다. 이상으로 학부에 개설된 수업이 없어 대학원에 빌붙을 뻔했던 한 학생의 ‘고해’였다.
 
고은정 전직기자
국제관계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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