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동아시아 문화의 자취를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곤잘로 소레스도스 레이스 학생(경영전공 3)은 동양문화에 관심을 가지던 몇 안 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동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았다. 오직 동양에 대한 호기심 하나만으로 한국에 왔다는 곤잘로 ‘구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명이 곤잘로 아닌가.
“곤잘로 소레스도스 레이스가 본명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나를 ‘구가’라고 불렀다. 나중엔 어머니뿐만 아니라 친척들과 친구들까지도 나를 구가라고 부르더라. 이젠 곤잘로보다는 구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한국의 친구들도 나를 구가라고 부른다.(웃음)”
 
-경영학을 전공한다는데. 
“부자가 돼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경영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영전공를 선택한 건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는 리스본에서 10년 넘게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두 개나 운영하고 계신다. 큰 식당 두 개를 혼자서 운영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개인 사업에 대한 꿈을 자연스레 갖게 됐다. 아직 구체적인 꿈은 없지만 여건이 된다면 개인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싶다.” 
 
-포르투갈에서 한국문화를 접한 적은 없었나.
“포르투갈에서 한국인이나 한인식당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보니 포르투갈에서 동양문화를 접하긴 어려운 편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동양문화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 간다고 하니, 중국에 간다고 오해하던 지인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동양의 문화는 생소하다.”
 
-그럼에도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동양문화에 관심이 없는 반면에 나는 평소부터 동양문화에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나루토’나 ‘데스노트’같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광적으로 챙겨보기도 했다. 그러던 찰나에 학교에서 해외 교환학생을 가게 될 기회를 얻었고 평소에 가고 싶었던 아시아권 국가에 오게 됐다. 교환학생으로서 공부하기보단 동양문화를 체험하는 게 더 큰 이유였다.”
 
중앙마루에서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곤잘로 학생
 
 동양문화를 접하기 힘든 포르투갈은 몇 해 전부터 경제난과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곤잘로에게 포르투갈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역사적으로 두 나라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포르투갈도 과거에 민주항쟁의 시기를 거쳤다. 40년 전에 군부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가 됐다. 한국도 수십 년간의 독재시기를 거쳐 민주화를 달성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민주화는 이룩했지만 정부를 향한 포르투갈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기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과도한 탈세 등 정치인들의 부패가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경제위기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맞물려 포르투갈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면서 현재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개인적인 피해는 없었나.
“우리 집안은 경제상황에 따라 수입 변동이 심한 편이다. 공직에 계시는 어머니의 수입은 경제위기로 인해 많이 절감됐다. 이 때문에 집안이 경제적으로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집안은 다른 집안에 비해 매우 양호한 편이다. 그러니 내가 해외에서 유학생활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직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 곤잘로는 한국인들에게 포르투갈인들만 갖고 있을 줄 알았던 민족정서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과 포르투갈의 공통된 정서에 매료되기에 앞서 다가올 한국의 매서운 한파는 벌써부터 곤잘로를 긴장시키고 있다. 곤잘로가 느끼는 두 나라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들어봤다.
-포르투갈이 한국과 정서적으로 비슷하다니.
“포르투갈어로 ‘saudade’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한을 표현하는 포르투갈 단어다. 과거 포르투갈 대항해 시절 남자들이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여정을 떠날 때 남편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그런 정서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들도 노래나 역사를 통해 봤을 때 한이 민족정서로 잡혔다고 들었다. 그런 정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이 조금은 비슷한 것 같다.”
 
-두 나라 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택시랑 배달서비스가 좀 신기했다. 포르투갈에선 택시비를 낼 때 무조건 현금만 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티머니나 신용카드로도 택시비 결제가 가능하더라. 그리고 포르투갈에선 그나마 배달이 가능한 게 피자뿐인데 한국에선 거의 모든 음식들이 종류별로 배달이 가능해서 굉장히 신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강의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강의실에서의 차이라면.
“교수와 학생들 간의 관계다. 한국교수들은 학생들과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더라. 교수가 학생들이랑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주의를 받거나 행정실로 불려가기까지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조금 더 유순한 대학문화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한국생활 중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곧 있을 겨울 한파 때문에 걱정이다. 포르투갈의 겨울은 추워봤자 한 0도 밖에 안 된다. 0도만 되도 사람들이 추워서 울고불고 난리다. 그런데 한국에선 기온이 영하 20도까지도 떨어진다고 들었다. 이번 겨울이 태어나서 겪어본 겨울 중에 가장 춥고 혹독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한국의 이것에 반하다
“내게 다가와주는 한국인들에게 반했다. 사실 내가 쑥스러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서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질 못한다. 그러다보니 포르투갈에서의 일상생활은 다소 지루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방인인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더라. 나도 자연스럽게 쑥스러움을 버리고 그들에게 다가갈수 있게 됐다.
 
최현찬 기자 hcc@cauon.net
사진 박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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