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추적: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중앙대분회가 출범한 지 45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합리한 임금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학에 직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역시 간접고용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노선을 선택해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재를 살펴보았습니다. 
 
 
▲ 지난 6일 정시출퇴근 투쟁을 시작한 청소미화노동자들이 오전 6시 30분부터 중앙마루에 모여 의지를 다잡고 있다.
 
용역업체 합의할 수 없다
 
중앙대분회 투쟁으로 맞서
 
대학본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중앙대분회(중앙대분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용역업체와 단체교섭에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중앙대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인 T&S개발과 금성소방산업이 기본합의서 체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T&S개발은 청소미화노동자와 방호노동자의 용역업체다. T&S개발을 통해 간접고용된 청소미화노동자 121명 중 74명이 중앙대분회에 가입했다. 중앙대분회는 T&S개발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해 7차 단체교섭까지 진행했으나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본합의서는 ▲매주 단체교섭 진행 ▲중앙대분회 출범 이전에 체결된 2013년 서경지부 집단교섭의 단체협약과 임금협약 표준 적용 ▲2014년 집단교섭 참여 ▲사측이 매월 임금지급일에 조합원 임금총액의 1%를 조합비로 공제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서경지부 집단교섭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소속된 대학사업장 노동조합들과 해당 용역업체들이 함께 모여 협약을 체결하는 자리다. 
 
  T&S개발은 2013년 서경지부 집단교섭에서 체결된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본합의서 체결을 미루고 있다. 2013년 임금협약에서 청소미화노동자의 노동시간이 209시간으로 산정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김진랑 조직차장은 “T&S개발 측에서 대학본부와 202시간 노동으로 계약을 맺고 있어 임금협약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전했다”며 “대학본부를 상대로 용역계약에 209시간을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T&S개발 측에게 요구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겠다며 교섭현장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세 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지만 T&S개발은 대학본부에 노동시간 조정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캠 총무팀 강승우 주임은 “노동시간과 관련해 T&S개발이 정식적으로 요청한 바가 전혀 없다”며 “일단 요청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T&S개발은 교섭현장에 참관인 자격으로 중앙대 학생이 들어오는 것을 꼬투리 잡으며 교섭을 파행으로 이끌었다.
 
  청소미화노동자와 아울러 중앙대분회에 가입한 시설노동자 10명은 금성소방산업을 통해 간접고용됐다.하지만 금성소방산업 역시 기본합의서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금성소방산업은 소방공사 및 점검 전문업체로 올해 처음 용역을 발주했다. 금성소방산업은 용역전문업체가 아니다 보니 단체교섭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성소방산업 김진홍 상무는 “사무실 인원이 10명밖에 되지 않는데다 본 사업이 용역이 아니어서 매주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앙대분회는 금성소방산업과 단체교섭을 두 차례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금성소방산업은 2013년 서경지부 집단교섭에서 체결된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협약에 시설직 조합원 임금을 월 130,000원 인상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시설노동자의 임금은 4년째 동결된 상태다. 또한 이들은 월평균 8회 정도 연장근무를 하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주말근무 수당 역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기계직 시설노동자 A씨는 “주 40시간 외에도 학교가 요청할 땐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는 모호한 계약 조건 탓에 정해진 월급만 받고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며 “연장근무를 하는 날엔 추가로 식비 4,500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금성소방산업은 용역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어 임금 인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진홍 상무는 “대학본부에서 받은 용역비 전체를 급여로 지급하는데도 모자라 회사 돈을 추가로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우리는 중앙대를 발판으로 용역사업을 확장해볼 계획이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중앙대에 수주를 따낸 것이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선정은 최저입찰제로 진행된다. 대학본부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용역업체 중 용역비를 가장 낮게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다. 용역비는 중앙대와 계약 체결 시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금성소방산업으로서는 임금을 인상할 방법이 더는 없는 셈이다. 용역비 인상에 대해 건설사업단 김박년 팀장은 “최초 계약 시 연장근무 수당까지 고려해서 입찰하라고 미리 공고했기 때문에 용역업체는 용역비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단체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중앙대분회는 지난달 24일 학내선전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지난 6일부터는 청소미화노동자들이 정시출퇴근 투쟁을 시작했다. 청소미화노동자의 계약상 출근 시간은 오전 7시다. 하지만 7시 출근을 하게 되면 학생, 교직원이 많아지는 9시까지 청소를 끝내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청소미화노동자들이 6시 전에 출근을 하곤 했다. 정시출퇴근 투쟁을 통해 계약을 규정대로 이행하며 사용자에 손해를 미치는 준법투쟁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중앙대분회 윤화자 분회장은 “투쟁을 통해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느끼는 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캠 직영식당 업무과중 심각해

최소 인원만으로 운영
인력 보충 절실
 
서울캠퍼스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인해 떠들썩한 가운데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도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캠 학생회관에 위치한 슬기마루·참마루·카우버거는 중앙대 직영식당으로 대학본부가 계약직 직원을 직접고용한다. 직영식당들은 배식량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000명이 찾는 슬기마루에는 총 11명의  계약직 직원이 배치돼 있다. 조리·배식·세척·전처리 등 각 부분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 인원만으로 인력이 구성된 것이다.
각 식당은 한 명의 인력이라도 빠지게 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여유인력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휴식시간이나 휴가에 제한이 많다. 직영식당 직원들은 초과근무 1시간을 포함해 매일 9시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심지어 공식적인 휴식시간이라곤 점심시간 1시간밖에 없다. 화장실도 식당이 조용한 틈을 타 짬짬이 다녀오곤 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휴식시간이 1시간씩 보장되는 청소미화노동자보다 못한 처지다. 학기 중 휴가는 상상할 수도 없으며 방학 중 직원끼리 일정을 조정해 집중적으로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세 식당을 총괄하는 영양사도 한 명뿐이다. 영양사 혼자서 한 달 평균 144끼의 식단을 짜고 카우버거의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업무 강도뿐만 아니라 임금도 문제다.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서야 임금이 인상됐다. 서울캠 총무팀 송정빈 팀장은 “과거 직영식당 직원들의 급여가 너무 오르지 않았다”며 “급여가 특히 낮은 분들을 대상으로 현실을 반영해 임금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고된 노동으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중앙대 직영식당은 기피 장소가 됐다. 참마루에서는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배식시간을 30분 늦추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말 참마루의 직원 한 명이 일을 그만뒀다. 해당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냈지만 두 달 동안 지원자가 없어 정해진 배식시간대로 식당을 운영할 수 없었다. 
사실상 현재 채용된 계약직 직원만으로 정상적인 식당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계약직 직원을 추가 채용하기도 어렵다. 직영식당이 자체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게 되면 식대가 오르거나 식사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직영식당을 관리하는 총무팀은 임시방편으로 근로장학생을 통해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에 인력을 대거 보충했다. 근로장학생은 하루 2시간씩 근무하기 때문에 계약직 직원을 채용했을 때보다 탄력적인 식당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정빈 팀장은 “365일 같은 패턴으로 이용자가 몰려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방호노동자 한국노총 노조 결성 

청소·시설 노동자가 속한 노조와
다르지만 협력의사 밝혀

방호노동자들이 결성한 한국노총 소속 방호 현장노조(방호노조)가 지난 8일 출범했다. 이로써 간접고용 된 서울캠 비정규직 노동자 중 청소미화노동자와 시설노동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중앙대분회(중앙대분회)에, 방호노동자는 한국노총 방호노조에 속하게 됐다. 
이번에 노조를 결성한 방호노동자 역시 예전부터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방호노조 결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A씨는 “예전부터 노조를 결성하고 싶었지만 용역업체의 눈치 때문에 노조 결성과 관련한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중앙대분회가 출범했을 때만 하더라도 방호노동자들은 여전히 용역업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대분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방호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한 노조 설립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중앙대분회가 자신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나서니 내년에 새로운 업체가 들어왔을 때 우리만 배제되진 않을까 하는 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1명을 제외한 모든 방호노동자가 한국노총 가입을 완료한 상태다. 방호노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고용승계’다. 고용승계란 방호노동자를 고용한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방호노동자들은 노동을 계속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방호노동자가 60세를 넘어 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안전망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기존 인원을 고용 승계하도록 과업지시서나 계약서에 명문화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두 개의 비정규직 노조가 다른 노선을 선택하고 있지만 방호노조는 중앙대분회와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 한국노총 노조가 민주노총 노조와의 협력 의사를 보이면서 두 노조간의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에서는 방호원·미화원 노조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나뉘어 갈등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A씨는 “방호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의사를 수렴할 때 한국노총 노조로 가입하되 중앙대분회와 협력해 뜻을 모으자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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