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이 학생식당 내에서 팀플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과제는 주석까지 달아 제출하면서 팀플 자료조사는 대충 초록 창에서 긁어오는 팀원들을 보니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울어. 백지장도 맞들라는데 왜 난 기왓장을 혼자 들고 서 있는가! 모이기로 한 날 10분 지각은 기본이요, 만나는 날마다 제삿날, 결혼식이라니 증명서를 떼오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이름만 들어도 온갖 생각이 난무하는 팀플! YES썰에서 팀플의 지옥에서도 초연한 ‘달인’들을 만나봤다.
 
 
-팀플 경력이 어느 정도인가.
은재 학교 다니는 2년 내내 팀플을 했다. 팀플 없는 수업이라면 교양 ‘회계와 사회’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다.
제원 학과 특성상 팀플은 일상인데다 대외활동까지 하니 남들은 맨날 ‘또 팀플이야?’할 정도다.
인경 예대는 팀플을 안할 것 같지만 사실 우리도 팀플을 한다. 시켜주면 뭐든 하는 내가 소금 같은 존재가 아닐까.
 
 
-팀플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제원 안고 가야 할 것…….
은재 인내심. 
인경 시한폭탄이 떠오른다. 
 
 
-왜 그런 단어를 떠올렸나.
제원 어딜 가나 피할 수 없으니 그냥 초연해지기로 했다.
은재 팀플은 솔직히 엉망진창 흙탕물이다. 그중에서도 얼굴에 주름 생길 정도로 웃으며 다 참는 사람에게 복이 오고 끝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내심이 팀플에 가장 잘 맞는 단어인 것 같다.
인경 서로 잘 협조하면 이놈의 시한폭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화합이 잘 안 되면 터져버릴 수도 있다.
 
 
-제원씨는 학교 밖에서도 팀플을 자주 하나.
제원 학과 팀플과 대외활동을 합쳐 월화수목금 팀플을 하기도 한다. 토요일에 밤새 ppt를 만들고 일요일에 잠깐 자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팀플의 쳇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항상 하다 보니 팀플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허전한 나머지 제 발로 지옥으로 들어갈 때도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팀플, 어디까지 겪어봤나.
은재 발표를 한창 하고 있는 도중 ppt가 안 넘어가더라. 밤새 준비한 탓에 정신도 없고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망할’이라고 욕을 남발했다. ‘망할, 왜 안 넘어가!’ 그러다 교수님께 크게 혼났다. 신기한 건 그 수업에서 에이쁠을 받았다는 거다.(웃음)
제원 모이기로 했는데 한 팀원이 한 시간이 넘도록 안 왔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24분 전에 셀카를 업로드한게 아닌가? 왜 하필 그 때 올린 건지. 누구 약 올리나?
인경 바쁜 팀원들을 대신해 혼자 열심히 마무리까지 다했더니 다들 왜 혼자 했느냐며 핀잔을 주더라. 혼자 성적 잘 받으려 그러냐는 듯한 말투에 상처받았다.
 
 
-팀원 중 어떤 유형이 가장 얄미운가.
제원 침묵의 수호자형. 모임은 꼬박꼬박 나오는데 아무 말도 하질 않는다. 모임에 나오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덧붙여 자료조사를 시키면 인터넷에서 긁어오는 유형도 별종이다. 해오긴 했는데 다시 해오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곤란하다.
인경 실속만 빼 가는 모기형. 아주 에프킬라로 박멸시켜버리고 싶다. 
 
 
-조장을 해본 적은 있나.
은재 막내라고 조장을 자주 시키더라. 또 분위기를 띄우는 성격이다 보니 자주 맡는 것 같다.
제원 조장 비슷한 역할은 자주 하는데 진짜 조장을 맡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항상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다. 또 요새는 조장을 정하지 않고 팀플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인경 해보긴 해봤는데, 조장은 발표를 해야 해서 싫다. 사실 고향이 부산인데 발표 중에 무의식적으로 사투리가 쏟아질까 두렵다. 저 지금은 서울말 잘 쓰고 있죠?(웃음)
 
 
-조장 낙점 대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은재 결정적인 대사는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가 아닐까.
제원 나이가 많으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제가 4학년이라 취업준비 때문에……’라는 말을 꺼내면 100% 피할 수 있다.
 
 
-조장 외에 죽어도 하기 싫은 역할이 있는가.
은재 ppt 만들기는 죽어도 싫다. 처음에는 재밌어 보였는데 해보니까 팀원들이 자료를 안올리면 만들 수가 없으니 짜증 난다.
제원 나도 ppt 만들기가 부담스럽다. 학과에 유난히 아티스트적 마인드로 작품을 탄생시키는 분들이 많아서 만들어 가면 ‘이것밖에 안 돼?’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인경 사투리 때문에 발표하는 것이 트라우마가 됐다.
 
 
-반대로 ‘이 역할은 꿀이다!’하는 역할은.
은재 논문 몇 개만 봐도 고퀄리티로 많이 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조사가 꿀인 것 같다.
제원 역시 제일 꿀 많이 빠는 건 프리라이딩이 아닐까.(좌중 폭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YES썰로 날아온 사연을 들춰보자.
 
♠ 첫 번째 사연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프리라이더가 번다」
한창 팀플 중, 팀원 중 한 명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하더라고요. 바람처럼 사라진 그년의 가방을 미리 빼앗았었어야 했는데……. 언제 들고 갔는지 가방과 함께 사라진 그녀는 돌아오질 않았어요. 무려 세 시간 동안! 팀플이 다 끝나고 나중에서야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갔어요, 죄송해요ㅠㅠ’라는 카톡 하나만 달랑. 화장실에 변기라도 막혔니! 너네 집이 화장실이니! 다음날도 그녀는 연락이 없더라고요.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약속 장소인 법팔로, 즉 법학관 팔 층 로비에 앉아 있는데, ‘죄송해요ㅠㅠ늦잠을 자는 바람에… 집이 멀어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ㅠㅠ’라는 카톡 하나가 또 달랑. 아니, 늦잠을 잤으면 당장 뛰쳐나오진 못할망정 못 온다니! 죄송하다면 다인 줄 아나!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고 열심히 팀플을 했더니 세상에나, 대상을 받은 게 아니겠어요! 여태껏 혼자 자료조사에 ppt까지 만들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더라고요. 감격에 겨워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순간, 문제의 그녀가 하는 말, “상금은 공평하게 똑같이 나누는 거죠?”
 
 
-이런 양심 없는 팀원을 처리할 방법은 없을까.
은재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조원끼리 얼마나 기여했는지 채점하는 수업도 있다. 부작용은 인간관계가 많이 끊어진다는 점.
제원 발표날 사다리타기로 발표자를 선정하는 교수님도 계신다. 누가 발표자가 될지 알 수 없으니 모두 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 두 번째 사연 「살인미수범」
저는 살인미수범 입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이게 다 팀플 때문이죠. 꼴통으로 명성이 자자한 6명과 저, 그리고 “자존감이 낮으면서/심신이 항상 미약한” 상태인 1명, 이렇게 8명이서 한 팀을 이뤘어요. 등 떠밀려 조장을 맡은 저는 ‘자료수집’과 ‘영상제작’ 두 파트로 역할을 배분했습니다. 근데 그 꼴통들이 영상제작에 손도 안대는 겁니다. 이런 계산기 식빵 같은 놈들! 어쩔 수 없이 심신미약 친구를 자료수집팀에서 영상제작팀으로 옮겼습니다. ‘친구야, 자료수집은 좀 쉬웠으니까 영상제작팀으로 옮기자.’
그리고 그날 자정, 팀플 카톡방에 알림이 떴습니다. ‘심신미약님이 퇴장했습니다.’ 다음날 만난 심신미약 친구는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정신을 잃은 듯 축 처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듣기론 그 친구가 그날 이후 모든 카톡방을 나가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더군요. 제가 자기를 무시한다며 “나같이 쓸모없는 놈은 어서 빨리 죽어버려야 한다”는 게 이유라나요. 더 소름 끼치는건 결국 그 친구가 자살을 생각하며 중앙대에서 마포대교까지 걸어갔다는 사실이죠. 결국 저는 동기들 사이에서 ‘살인미수범’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답니다. 여러분도 이런 심신미약자랑 같이 팀플을 하신다면 쉽게 범죄자 될 수 있답니다. 범죄자 되기, 참 쉽죠?
 
 
-들으면 들을수록 끔찍하다. 끔찍한 팀플에도 장점이 있다면. 
은재 코드가 맞는 팀원들을 만나면 친목 쌓기에 좋다. 같이 LOL도 하고 여전히 만나서 밥 먹고 하는 팀원들도 있다.
제원 팀플은 내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어차피 사회 나가면 팀 작업으로 할 일이 많이 생기니까 미리 경험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인경 묻어갈 수 있다.(웃음) 아무래도 같이 하니까 부담이 덜하다. 또 인격 수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부처님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달까.
 
 
-팀플 VS 개인과제, 당신의 선택은.
은재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팀플이 하고 싶다. 배울 수도 있고 모이면 재밌기도 하고.
제원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팀플이 속 편하다. 책임감이 생기니 미루지 못하고 일찍부터 과제를 하게 된다.
인경 앞의 두 분과는 달리 개인과제가 속 편하다. 괜히 눈치 안 봐도 되고 욕 안 먹어도 되고. 팀플을 하면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으니까 말이다. 개인과제는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혹시 특이한 팀플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은재 뉴스 만들기가 기억난다. ‘알바생 실태’를 주제로 진짜 뉴스를 만들어야 했는데 백수인 척 분장한 채 몰래카메라를 달아놓고 알바 면접을 봤다. 왜, ‘먹거리 X파일’에서 불량 식당 인터뷰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사장님 인터뷰도 도촬하고 불법 아닐까 심장이 쫄깃했다.
제원 다른 학과 친구들이 광고캠페인 만드는 걸 신기하게 여기더라.
인경 영상 수업시간에 단편극 하나를 찍었는데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좋아하는 오타쿠 역할을 맡았었다. 사람모양 판지에 현빈 얼굴까지 붙여서 당당히 들고 건대에서부터 어린이대공원까지 투어 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나오는 씹덕후처럼 밥도 먹여주고. 뽀뽀도 했다.(좌중폭소) 덕분에 낯짝이 두꺼워졌다.
 
 
-팀플하면 또 팀플에서 만난 그/그녀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은재 친구가 팀플하다가 여친을 만들더라. 팀플하랬더니 연애질이나 하다니, 괘씸죄로 F를 줘야 하는데…….
제원 나는 경험이 없는데 주위에선 빈번하다. 듣기로는 여자, 남자가 시간차를 두고 화장실 가겠다고 스르르 빠지더니 둘 다 안돌아왔다고 하더라. 데이터가 2배! 프리라이더가 2배!
인경 팀플하면 항상 훈남이 하나씩은 있다. 한번은 갠톡도 하고 밥도 먹고 해서 거의 사귀는 줄 알았던 팀플 썸남이 있었다. 근데 팀플이 끝나는 동시에 썸도 산산조각. 갑자기 어색해져 버렸다. 그래도 버스가 다시 오듯 팀플도 다시 오니까 굴하지 않는다.
 
 
-팀플에 관해 조언 하나만 해준다면.
은재 내용, 리더십은 물론 사회성도 보기 때문에 교수님 눈에 확 띄어야 한다. 또 조장은 소심한 사람들도 꼭 한번은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너무 나댔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다.
제원 일단 친해져야 한다. 친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나올 아이디어도 안 나온다. 하지만 너무 친해져서 본분을 잊어버리기보다는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인경 팀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로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모범생 친구들을 눈여겨본다. 한마디로, 줄을 잘 서야 된다. 
 
 
-성공하는 팀플의 원칙을 세운다면.
인경 첫째, 동성끼리 해야 한다. 이성이 끼어있으면 개판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잘하는 사람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랑 할 것. 마지막으로는 팀원 간의 신뢰다. 막판에 남아있는 사람은 책임감은 강할지 모르나 사실은 남을 못 믿는 사람이다. 팀플인 만큼 책임보다는 신뢰감을 중시할 때 성공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팀플에 지친 자신에게 바치는 편지.
은재 수고했다, 은재야. 2년간 팀플 많이 했으니 군대 가서 2년 쉬고 또 2년간 달리자. 
제원 잘 못해서 기죽지 말자. 결과보다는 팀플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좀 더 노력하자.
인경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돌아보니 학창시절의 추억이었고 다양한 사람들 속에 한층 성숙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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