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안 넘겨줘요.” 대학보도부 차장 시절 취재를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으며 항상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사건을 취재할 때면 그 무력감은 배가 된다. 아무리 기자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부정을 위해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펜이라는 무기는 사실 눈앞에 놓인 부당함에 무력하다.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에게는 검사와 같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을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상대방이 취재에 응해주지 않으면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펜을 놓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한 학기를 겪고 부장이 된 지금 뭔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와 함께 취재를 시작한 후배기자들 중 매주 2~3명 정도는 취재원이 취재에 응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담해 돌아온다.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취재원이 정보를 주지 않으니 기사를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장 초기의 기자는 이들에게 일단 계속 연락하고 취재원에게 지속적으로 정보를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화도 많이 냈었다.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인 ‘뉴스룸’에도 이와 같은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뉴스룸의 신입기자들 대부분은 취재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대개 취재원의 취재 불응이다. 저번 주 시청한 뉴스룸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는 국방부의 부정에 대해 취재를 하다 취재 불응에 무릎을 꿇는다. 낙담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다가간 선임기자는 “인터넷은 찾아봤어?”라고 질문한다. 인터넷이라니. 국방부의 부정을 취재하는데 고작 인터넷을 찾아봤냐고 조언해주는 선배 기자를 보고 코웃음쳤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해당 기자는 인터넷 트위터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또 다른 취재원을 찾으며 정보의 스펙트럼을 넓혀간다. 결국 해당 사건의 전말을 모두 조사한 기자는 처음 취재에 불응한 취재원에게 가 조사한 자료를 모두 브리핑하고 취재원은 당황하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금까지의 취재는 대부분 정공법이었다. 항상 주요 취재원들에게만 사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요구했고 이들이 취재를 해주지 않으면 기사는 엎어지거나 다음 주로 미뤄지기 십상이었다. 조그만 부분에서 시작해 정보를 얻을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한번에 모든 정보를 얻고자 했다. 
 
 취재가 잘 되지 않을 때 필요한 방법이 측면공략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쥐고 있는 취재원에게만 매달리는 것은 제대로 된 취재 방법이라 보기 힘들다. 취재는 ‘고작 이걸?’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키를 쥔 취재원이 응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낙담하는 것은 게으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의 파편을 모으기 귀찮아 전체를 쥐고 있는 취재원에게만 기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취재는 지금과 다르게 진행해보려 한다.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에서 시작해 가장 기초적인 정보부터 모은 뒤 자료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자 한다. 이제 겨우 학생기자이며 실제 일한 기간은 1년 반 남짓밖에 되지 않은 기자가 뭘 알겠냐만은 지금까지의 취재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가장 작고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한 취재가 가장 풍부한 취재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조동욱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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