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연필로 스케치하는 것을 좋아했던 차현욱 학생(기계공학부 4)은 6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 곳에서 그는 매주 한 번씩 공짜로 개장하던 미술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예술적인 감각을 넓히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지난해 여름, 한 학생이 중앙인 커뮤니티에 중앙대 로고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차현욱 학생은 중앙대를 상징하는 ‘중앙’이란 문구와 청룡의 이미지를 살린 새로운 로고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다.
 

 차현욱 학생이 중앙인 커뮤니티에 선보인 로고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댓글과 추천수는 끊이질 않았고 학생들은 그에게 더욱 더 세련된 로고를 요구하는 피드백을 남겼다. 그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로고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첫 로고의 도안엔 청룡이 서구적인 느낌이었는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청룡에 동양미를 불어 넣었어요.” 수차례의 피드백과 로고수정을 반복한 끝에 로고의 최종본이 완성됐다. 그는 완성된 로고를 버스나 학교건물 등에 합성한 사진으로 중앙인에 올리기도 했다. 로고를 실제로 사용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가 만든 로고는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직접 제작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차현욱 학생

 호평을 얻었던 로고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학업과 함께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작업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는 학업에 다소 소홀했던 적도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한계는 찾아왔다. 차현욱 학생은 전문적인 기기를 사용하는 미대생들과는 달리 마우스로만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선 하나하나도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데 사용하는 장비가 정교하지 못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작업은 멈출 줄 몰랐다.
 

 로고작업은 차현욱 학생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작업이 고되지만 그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타인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과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나가다가 내가 만든 로고가 새겨진 잠바를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첫 로고작업 이후 그는 자신의 능력을 뜻 깊은 일에 쓰기로 결심한다.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을 보고 그분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는 직접 만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다. 두 차례에 걸쳐 판매된 티셔츠의 수익금을 통해 어머님들만을 위한 티셔츠도 별도로 만들었다. “이번 일이 중앙대의 미담이 됐다는 얘기를 주변 지인들이 해줬어요. 내 취미활동으로 타인의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어요.”
 

 몇 차례 로고제작을 통해 유명세를 탄 차현욱 학생에게 학내동아리들의 로고제작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엔 역도부 동아리를 위한 로고를 구상중이다. 로고작업에 대한 애착과 중앙대에 대한 애정이 끊이지 않는 한 차현욱 학생의 로고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보인다. “사실 로고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완전히 취미차원에서 하는 거예요. 원래 취미란 게 계획하지 않고 그냥 하는 거잖아요. 로고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아요.”


최현찬 기자 hcc@cauon.net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