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산책을 하며 산다
  • 중대신문
  • 승인 2013.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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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지역에서 40여 년 생활하고 있다. 그중 교단경력 약 37여 년을 지방에서 보낸 터라 기러기 가족을 면치 못했다. 정년퇴임 후엔 늦게나마 가족과 함께해 살맛이 난다. 요즘엔 친목회, 동창회, 세미나 등 특별한 용무를 제외하곤 산책으로 일과를 보낸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강북구와 도봉구가 어우러져 있어 국립 4·19 민주묘지, 애국지사묘역, 보광사, 도선사, 그리고 정의공주묘와 연산군묘가 있다. 집에서 한 두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 소요되는 행선지를 찾노라면 유서 깊은 곳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1960년 4월. 대학 3학년을 명수대에서 다녔고 혁명에 참여해 「의에 죽고 참에 살자」 교훈을 실천하려고 했다. 노량진, 용산, 을지로에서 학우들과 함께 데모하던 젊은 피를 상기하며 제일 먼저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보광사 그리고 도선사를 찾으면 고개가 숙여진다. 고행이 무엇이고 불심이 무엇인지 중생으로 돌아가 해법을 찾는다. 도선사는 산책치고는 숨이 찬 사찰이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면 열 번은 더 쉬고 오르내린다. 다음은 고개를 넘어 정의공주묘다. 조선 4대왕, 세종의 따님 정의공주. 남편 안맹담과 함께 누운 묘소는 후손들이 관리를 잘하고 있어 잔디가 사시사철 생기가 흐른다. 아버지 세종을 모시며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했던 공주. 추앙 받는 여인이 아닌가? 내친 김에 연산군 묘를 찾는다. 조선왕조 제 11대왕 연산군. 폭정을 하여 군으로 강등된 그는 광해군과 함께 저주의 인물로 낙인찍혔지 않는가? 불운의 왕 묘소를 둘러보며 선인과 악인의 차이점을 발견한다.
 
  아! 오늘의 코스는 다섯 시간 내외의 긴 여정이다. 내일은 작가로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산책하며 구상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휴머니즘 곧 인간성 탐구에 목표를 두고 싶다. 그리고 충과 효와 예를 숭상하는 칼럼을 쓰고 싶다. 사람이 최고로 지존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에 사람냄새가 나야 사는 맛이 난다. 1주일에 한 두차례 꼭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빽빽이 꽂힌 책속에서 오랜 세월 속에 숨 쉬고 있는 고전의 향기와 현대인의 예지가 번뜩이는 신간을 탐닉하기 위해서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길 속에 인생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 수도권에 거처를 둔 58학번 동창모임이 있었다. 70대 노인의 공통점은 나라걱정이었다. 도덕,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모임 속에는 교육공무원 출신이 셋이나 있었다. 동창들은 부모 책임도 있지만 선생님이 잘못 가르쳐서 윤리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탄식 겸 성토를 한다. 반론을 제기할 용기가 없어 침묵으로 일관하며 스승이라고 하는 명예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반성을 했다.
 
  요즘 나는 이런 생활을 반복하며 20대에 출발한 흑석동 시대를 그리움 속에 담아 중앙인으로서 사는 보람을 이어가려고 한다. 일터에서 수고하는 며느리를 돕고,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어린 손자를 데리고 노는 내리사랑도 해야 한다. 사계절 산책하는데 지금은 날씨가 차다. 두터운 옷으로 무장하고 수신제가와 심신연마를 위해 산책할 것이다. 그리고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송병승 동문
충효예신문사 논설위원, 수필가
국어국문학과 5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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