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에 붙는다고 합격이 아니다
  • 이시범 기자
  • 승인 2013.11.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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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까지 드는 비용은?

 

최종 면접까지 멈추지 않는 취업준비 비용
메이크업, 의상 등 외모관리비에만 50~100만 원
·적성 검사 대비를 위해 과외를 받기도 해
  
 
입사의 기쁨은 이르게 찾아오지 않는다. 입사지원서의 빈칸을 메우려는 치열한 노력 후엔 술과 나이 때문에 둔해진 두뇌와 흐리멍덩해진 눈빛을 갈고 닦아야 하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인·적성 검사와 면접이다. 아이큐만 믿고 인·적성 검사에 뛰어들 수 없으며 허름한 추리닝과 칙칙한 민낯으로는 면접에 임할 수 없다. 면접관의 굳은 표정을 녹일 단정한 옷차림, 멀끔한 용모,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이다.
 
 
 
김민경 학생(가명·예술대)은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아나운서 입사 면접은 방송국의 간판을 뽑는 일이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는 데만 6만 원대. 여기에 종종 요구하는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20만 원가량이 든다. 여기까지는 면접 전의 과정이다. 아나운서 면접의 첫 관문인 카메라 테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 자세까지 꼼꼼히 신경 써야 한다. “메이크업과 헤어를 따로 받으면 5~10만 원이 들고 의상은 한 벌 마련하는 데 30만 원 이상이에요.” 여기에 발음과 발성부터 뉴스, MC 등 방송진행 전반을 배우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필수코스다. 아카데미는 5개월 과정에 300만 원대. 면접까지 가는 데에도 이미 상당한 금액이 든다는 걸 고려하면 소리 나오는 금액이다.
 
실제 방송작가로 취직했던 학생도 있다. 고다슬 학생(가명·예술대)이다. 김민경 학생처럼 그도 방송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3개월 과정에 375만 원이었다. “대학교 등록금 수준이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었어요. 부담됐지만 방송 아카데미 수료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닐 수밖에 없었죠.”
 
▲ 서점가엔 취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서적이 즐비하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만 줄 수 있다면 기업별로 최적의 복장을 갖추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취업준비생이다. 실제로 삼성은 비즈니스 캐주얼, 현대는 정장에 튀는 색상 금물등 기업별 선호 복장이 다르다는 말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식적인 복장 규정은 없지만, 기업별로 선호하는 복장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선호를 넘어 면접복장을 규정하기도 한다. 기자 지망생인 최정주 학생(가명·경영경제대)면접에 복장 규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면접에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고 오라는 규정이 있었던 것. 복장을 자율화한 기업의 면접에도 정말 자유롭게 입고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복장 규정이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최동수 학생은 캐주얼 정장 구매비용으로 80~100만 원가량 지출했다고 답했다.
 
·적성 검사는 대학원생도 과외받게 한다. 오주현 학생(가명·특수대학원)은 지난 9월까지 인·적성 검사 대비를 위해 수학 과외를 받았다. 과외비는 월 30만 원. 여기에 입사 면접 대비 족집게 특강에 들인 20만 원까지 더하면 매월 50만 원씩들인 셈이다. 대학원 등록금까지 포함하면 그가 입사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원은 학문탐구 목적도 있지만 제가 취직하려는 분야에 스펙이 되니까 진학한 측면도 있어요.”
 
대기업은 큰 비용을 수반한다. 김수정 동문(가명·인문대)1년간의 준비 끝에 대기업 입사라는 축배를 들었다. 스펙을 쌓는 비용은 뒤로 제쳐놓더라도 그가 인·적성 검사와 면접을 준비하는 데 들인 비용만 1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는 회사마다 다른 인·적성 검사를 준비하느라 책값만으로 10~20만 원을 들였다. 면접 준비는 학교 취업동아리와 스터디를 활용했다. 면접대비 학원을 따로 다니진 않았지만, 취업동아리 회비로 학기당 5만 원, 스터디룸 대여 비용으로 매주 5천 원씩 지출했다. 면접 대비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 항목은 바로 외모관리비. 정장 한 벌, 구두 한 켤레를 마련하는 데만 50~60만 원이 들었다. “취업준비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도 못 하며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 노량진의 컵밥 거리. 취업준비생들이 저녁시간이 되자 컵밥 집을 찾았다.
 
취업만 할 수 있다면 취업준비에 돈과 노력을 쏟는 건 합리적인 투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시리고 무거워지는 투자다. 만기가 언제 도래하는지 모르는 불확실한 투자기 때문일 수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도 모자랄 나이에 돈을 받아 쓰는 신세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만 잘하면 될 것을 왜 외모까지 가꿔야 하는지, 왜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고 토익이 800 이상이어야 하는지 물을 새도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취준생은 오늘도 가슴 시린 투자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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