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대학생, 울며 스펙 먹다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3.11.03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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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에 드는 돈은?

 

  20대는 취업준비생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취업에도 돈이 든다
  ② 취업난, 20대를 멍들게 하다
 
  기획을 열며
  참, 취업은 어렵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라면 저마다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텐데요. 토익, 토플은 물론이고 이젠 어학연수에 자격증까지 ‘필수’가 되어버렸으니 취업을 향한 길은 점점 고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젠 취업이 어렵다는 말조차 ‘식은 감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취업이 수월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취업난이 현실 그 자체에 녹아든 탓입니다.
 심층기획부는 2주에 걸쳐 20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취업난을 다뤄봅니다. 여러분도 벌써 체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요새는 취업에도 돈이 드는 세상입니다. 이번주에는 취업하기 위해 돈을 들이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나봤습니다. 자기소개서에 쓸 칸을 채우는 데는 물론, 서류 전형에 합격했더라도 면접이라는 큰 산을 넘기 위해서는 ‘노잣돈’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밥 벌어 먹기 위해 시작하는 취업인데, 취업에도 돈이 드는 씁쓸한 현실. 새삼스러운 그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해봅니다.
 
 같은 자격증도 남과 다른 방식으로 취득해야
 편입 통해 학벌 높이는 경우도 있어
 어학연수·공인어학성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걷지 말고 뛰어라. 따라 잡히면 위험하다. 이름표를 빼앗기면 죽는다.’
 한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생존 법칙이다. 하나라도 어길 경우, 게임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어렵다. 게임의 법칙은 현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남보다 빠르고 뛰어나야 취업이 가능한 경쟁시대에 대학생들은 달려야 한다. 학점, 공인외국어성적, 다양한 스펙 관리는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 운동에 불과하다. 취업이란 달리기 시합에 뛰어든 대학생들의 고충을 담았다.
 
 다 같은 스펙은 경쟁력 없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하는 데 문제없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올해 중앙대를 졸업한 백효주 동문(가명·예술대)은 자기소개서에 녹여낼 독특한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을 미루고 지난 3월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싫었어요. 이왕이면 석사를 가진 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한 거고요.” 애초 그가 희망한 직업은 국어교육 계열이었다. 하지만 국어교육 계열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자격증에 관한 소식은 학부 졸업 후 취업을 결심했던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받은 대학원 졸업생에게 한국어 교육자격증을 준다는 것.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학점은행을 통해 한국어 교육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한 줄에 100만 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자기소개서에 쓸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큰돈을 들이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추세가 됐다.
 하지만 백효주 동문은 이내 대학원을 그만뒀다. 대학원 수업이 그에게 맞지 않은 데다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이 그의 숨통을 조여 왔기 때문이다. “한 학기를 공부하는 데 400만 원을 내야 하니까 경제적으로 부담됐던 것은 사실이죠. 게다가 다른 직종으로 취업할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올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졸업생 대비 대학진학률은 약 71%. 과반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송작가를 꿈꾸는 고다슬 학생(가명·예술대)은 2011년 중앙대에 편입했다. “편입으로 학벌을 높일 수 있으니까 일종의 스펙 쌓기로 볼 수 있죠.” 고다슬 학생이 편입에 쓴 돈은 결코 적지 않다. 그가 학원비로 들인 돈은 매달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1년 치 학원비를 평균 내 계산하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누구나 다 다녀왔다는 어학연수= 편입에 드는 비용만큼 어학연수도 목돈이 필요한 스펙이다. 그런 점에서 고다슬 학생은 상당히 운이 좋았다. 뉴질랜드에 사는 친척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 그는 편입을 준비하기 전 뉴질랜드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비행기 푯값과 외국에서 다닌 학원비가 그가 부담한 전부였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미래를 위해 어학연수를 갔다 온 것도 있어요. 다행히 생활비는 이모가 내주셔서 부담이 적었어요.” 그는 요즘 세상에 어학연수는 필수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어학연수를 안 다녀온 사람 찾기가 더 어렵지 않나요?” 그러나 변변한 수입이 없는 대학생에게 어학연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생 입장에서 당연히 부담이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연수를 다녀온 친구들도 다들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학능력은 취업의 필요조건= 토익은 고용노동부에서 작년에 발표한 ‘청년들이 꼽은 8대 취업 스펙’ 중 하나로 뽑힐 만큼 필수적이다. 중앙대 학생들도 토익 고득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김소담 학생(가명·인문대)은 이번학기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거듭나고자 휴학했다. 그가 취직하고 싶은 벤처기업들이 공통으로 토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업 지원서에는 토익 점수를 적는 칸이 있어요. 취직하려면 토익 점수를 따야 한다는 이야기죠.”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 체계적인 공부에는 학원이 제격이라는 생각에 지난 7월 그는 강남의 한 유명 학원에 등록했다. 토익 공부를 한 대가는 학원비로만 약 50만 원. 매달 3권씩 구매한 교재비와 교통비를 포함한 기타 비용까지 더하면 두 달간 토익 공부로 지출한 비용은 80만 원이 훌쩍 넘는다. “학원 광고에 속은 것 같아요. 알바를 풀어서 단기간에 토익을 딸 수 있다고 광고하거든요. 비싼 학원비를 부담하고서도 전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어요.” 지난 9월부터 김소담 학생은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학원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번에도 그는 중국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다른 유명 학원에 등록을 마친 상태다.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취업에 돈이 정말 많이 든다고 말이다. 고다슬 학생은 요즘 세상은 취업준비생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말한다. “취업에 돈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기업에서 요구하는 토익 점수, 각종 자격증을 따려면 대부분 독학보다 학원에 다니는데 이게 다 돈이잖아요.” 취업 걱정도 모자라 취업준비 자금부터 걱정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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