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의혈·청룡보다

'변화'가 중앙대의 아이덴티티

80주년과 90주년 기념 로고를 제작한 예체능계열 김준교 부총장(디자인학부 교수)과 2002년 현재의 중앙대 UI를 디자인한 김현 디자이너(공예학과 68학번), 당시 홍보실장이었던 이명천 교수(광고홍보학과), 김헌식 문화평론가(행정학과 ?)는 ‘중앙대는 가장 변화하고 있는 대학’이라고 말했다. 김현 디자이너는 “현재의 중앙대 UI가 수백개의 시안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었다”며 “중앙대는 혁신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중앙대의 상징인 ‘청룡’을 아이덴티티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룡을 활용하는 것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며 학생들과는 다른 의견을 표출했다. 김준교 부총장과 김현 디자이너는 용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고 용을 상징으로 삼고 있는 대학이 적지 않기 때문에 중앙대만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의 청룡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혈’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시대가 바뀐 만큼 의혈 대신 다른 문화 코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은 화두가 변했다는 의미”라며 “이젠 사회가 대학에 바라는 것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하며 정치적 역할을 해왔던 대학이 지금은 문화적인 지향점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과별로 학생들이 엠블럼을 만드는 것에 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엠블럼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데엔 4명의 전문가가 공감했다. 하지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엠블럼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고 다른 3명의 전문가는 학과 단위를 넘는 ‘중앙대’라는 큰 틀의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현 디자이너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학과별로 엠블럼을 만들더라도 테두리는 통일된 모양을 가지는 등 공통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명천 교수는 중앙대 UI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홈페이지나 배포 자료 등에서 중앙대의 UI를 활용한다면 대외적으로 중앙대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UI와 엠블럼 등 시각적 아이덴티티는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UI는 시각 아이덴티티(VI), 행위 아이덴티티(BI), 마인드 아이덴티티(MI)가 결합돼야 한다. 시각 아이덴티티가 있어도 행동과 마음이 따르지 않으면 시각적인 이미지는 의미가 없다. 김준교 부총장은 “학생들이 중앙인임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중앙대 UI는 의미가 없다”며 “새 시대에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중앙대의 변화하는 모습을 정체성으로 표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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