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학기. 보통은 정신없이 자유를 만끽하느라 책은 커녕 도서관에 발도 들여놓지 않을 시기다. 그러나 졸업하기 전까지 500권을 읽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새내기가 있다. 유럽문화학부의 김민지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학교를 오가는 길, 짬짬이 하루에 한 권씩 읽었더니 한 학기만에 109권을 대출했다. 대학생활의 1/8만에 100권이 넘었으니 500권이라는 목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한 학기만에 109권이나 읽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나. 
“주로 문학책이나 소설책을 읽는다. 처음에는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서 많이 헤맸다. 지난학기 교양과목 교수님께서 여름이니까 가볍게 소설을 먼저 읽어보고, 겨울이 되면 고전이나 철학서를 읽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책을 읽는 ‘진짜’ 이유가 있다면.
“리포트를 쓰거나 과제를 하다가 지식과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졸업할 때 새내기 때에 비해 발전이 없으면 끔찍할 것 같지 않은가. 내 수준이 높아서 책을 읽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지식을 쌓기 위해 읽는다. 내게 독서는 남들이 동아리나 취미 생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경우에는 다른 활동 대신 책을 읽는 거다.”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나.
“달라졌다고 하기엔 아직 멀었다.(웃음) 내 적성이나 가치관, 성향을 더 잘 알게 됐다. 최근 취미로 마라톤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때로는 책 속 주인공의 취미를 따라 해보기도 한다. 나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열리는 거다. 의외의 성향을 찾을 수도 있고.”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은.
“일단 재미없는 건 안 된다. 교양도서 목록 같은 건 재미가 없다. 나만의 기준은 제목, 예쁜 거, 새 거.(웃음) 그리고 구독 중인 조선일보에 있는 Books면을 참고한다. 마음에 드는 책 기사를 잘라두었다가 찾아 읽기도 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
“헤르만 헤세. 고등학교 때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 덕분에 좋아하게 됐다.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며 살아왔던 주인공이 변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강요에 못 이겨 죽음을 택하는 내용이다. 당시 입시생이었던 내게 공감이 많이 됐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도 좋아하는데 조금 어렵다. 『데미안』은 좋은 구절이 많다.” 
 
-책을 읽고 나서 기록을 하는 편인가.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면 나오는 위치정보안내 종이 뒤에 페이지랑 구절을 써놨다가 다음에 다시 보면서 곱씹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저 읽는 행위에 그쳤는데 기록을 하니까 감정이나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 지금은 주로 개인 블로그에 구절과 감상을 정리해둔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기록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어떤 블로그를 운영하나.
“혼자 서평이나 일상적인 글을 쓰는 작은 블로그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수첩에 독서기록을 남겼다가 집에 가서 블로그에 글을 바로 올리거나 한 번에 몰아 올리기도 한다. 아직 이웃들과 소통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기록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독서 커뮤니티를 참고하며 독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책을 많이 읽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얇고 쉽고 그림이 많으면 된다.(웃음) 최고의 방법은 책 읽으려고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이동시간을 이용하는 거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 많이 읽는다. 하루 딱 2시간씩, 통학시간을 이용해 읽어도 많이 읽을 수 있다. 물론 정말 재밌으면 따로 시간을 내서 읽기도 한다.”
 
-책을 읽어 학과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 같다.
“똑똑해지고 싶어서 어려운 책을 막 읽었던 적이 있다. 철학자 사르트르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마침 사르트르의 사상과 철학을 학과 수업에서 배웠다. 운 좋게도 시험까지 출제돼 자세히 서술할 수 있었다.”
 
-학부 관련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
“리포트 쓸 때 많이 읽었다. 요즘은 정보를 찾을 때 대부분 컴퓨터로 많이 찾는 추세다. 그런데 인터넷 정보는 출처도 불분명하고 내용도 산발적이다. 책은 그 분야 전문가가 썼으니까 믿을 수 있다. 참고문헌이나 인용문으로 쓸 수도 있고. 또 책도 한 권 더 읽게 되니까.”
 
-시험기간에는 책 읽기가 어려웠을 텐데.
“오히려 시험기간에 시험공부가 더 안 되지 않나. 공부하기 싫어서 책 읽은 적도 많다. 시험기간에는 지루한 다큐멘터리도 재밌는 것처럼.”
 
-앞으로는 어떤 분야의 책을 읽고 싶은가.
“좀 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 내면의 깊이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 제발. 최근에는 사회학 책을 읽으려고 한다. 지난학기 사회학 토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들어보니 재미있어서 사회학 분야에 관심이 가더라. 곧 복수전공 선택도 해야 하니까 이외에도 여러 분야를 읽다보면 선택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끝으로 다독왕으로서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어렵다. 내가 좋은 책의 기준을 세워도 되나 모르겠다. 뭐 하나라도 남는 책이 좋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위로를 받았어’라거나 ‘난 이 책이랑은 완전 반대야’ 라는 생각이 드는 책. 그렇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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