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는 다 같이 목이 터져라 응원구호를 외치며 관람하는 것이, 콘서트는 야광봉을 흔들며 옆 사람과 뛰면서 즐기는 것이 제맛이다. 하지만 독서만큼은 나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오롯이 책과의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는 ‘나홀로 하는 것’이 아닌 ‘더불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중앙도서관은 토론 중심의 ‘독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독서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도서관이 나선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현재는 7개의 커뮤니티가 구성된 상태이며 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가고 있는 독서 커뮤니티가 있었으니, 청풍을 맞은 ‘자본주의’팀의 항해 스토리를 만나보자.
 
 물론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오리엔테이션 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려니 어색한 긴장감만이 스터디룸에 가득 찼다. 더군다나 이달의 책은 혼자선 쉽사리 읽을 엄두가 나지 않던 경제학 서적,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였다. 긴장감 위에서 줄타기하던 몇 분이 지나고 조금씩 토론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혹시 내가 가진 경제학 지식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서로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내가 제일 선밴데 경영학부 동생들보다 모르면 어떡하나 생각했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팀원들이랑 토론하면서 오히려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자본주의팀의 맏형 이승도 학생(법학과 4)은 모르는 것에 대해 부담 가지지 말라고 말한다. 독서토론에서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서히 뜨거워진 열기는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가 있을까’라는 쟁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경제 성장을 했다고 주장한 팀원들도 있었고 오히려 분배 과정에서 불평등을 겪은 사람이 더 생겨났다고 말하는 팀원도 있었어요. 그때 정말 피 튀겼죠.” 이승휘 학생(국어국문학과 2)은 팀원들이 각자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 토론이 더욱 활발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부족한 서로의 논리를 채워나가는 기쁨을 맛본 자본주의팀은 편협한 생각을 가졌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며 인터뷰 내내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어줍게 끝날 수 있었던 첫 만남에서도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자본주의팀의 리더 변문수 학생(경영학부 3)은 팀원 대부분 독서토론 경험이 있는 것을 제일 큰 이유로 꼽았다. “저 같은 경우엔 지난학기에 중앙대 안에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었어요. 남자 네 명, 여자 네 명이 한팀이었는데 성비가 맞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오가더라고요. 특히 연애소설을 읽고 토론할 때 여자는 100가지가 넘는 남자분류법이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다른 팀원들도 독서토론을 처음 해본 것이 아니다. 오송이 학생(경제학부 2)은 독서토론 대회에 나갈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박지원 학생(법학과 4)은 고등학교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독서토론을 즐겼다. 지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는 프랑스의 극작가 사샤 기트리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팀원 모두 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도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는 데 도움이 됐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말이 잘 통하듯 ‘책’이라는 키워드가 처음 만난 이들을 묶어준 것이다. “제가 독서 커뮤니티에 들어온 이유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깊이 있게 나누고 싶어서 였어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더라고요. 다들 책을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덧붙여 조한음 학생(경영학부 3)은 뿌듯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청춘의 눈높이에 맞춘 따뜻한 책이라는 의견과 사회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대립했다. 또 다른 청춘서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나 『88만 원 세대』가 이 책과 얼마나 다른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책이 청춘에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말을 담아야 하는지 사회가 강요하는 암담한 20대론을 담아야 하는지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역시 애독자 모임답다. 
 
 자본주의팀은 앞으로 『불평등의 대가』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와 같은 책들로 토론할 예정이다.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팀원들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책인 만큼 기대도 크다. 산이 높을수록 정상에 오르는 쾌감이 있듯이 책이 어려울수록 도전하고 재미를 맛봐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자기 절제 사회』, 『3D 프린팅의 신세계』, 『10년 후 일의 미래』가 토론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들의 눈에 제철 맞은 꽃게처럼 알찬 두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에게 독서란?’ 식상한 질문에 무거운 대답이 돌아온다. “독서는 의무죠. 우리 시대의 청춘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야 해요. 책 속에 청춘을 책갈피처럼 꽂아둔다고 생각하면서요.” 오송이 학생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파란 청춘 책갈피로 책을 물들이고 있는 그들을 보면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고찰해보게 된다. 자본주의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 작용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인 경제 행위가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독서 커뮤니티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자율적인 독서 커뮤니티의 끝에는 폭넓어진 지적 소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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