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마다 다른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울었다. 채 더위가 물러서지 않은 캠퍼스에 슬쩍 가을풍경이 녹아든 것처럼, 기자의 일상엔 많은 것이 혼재해 있었다. 명백하지 않은 사실이 뒤얽혀 기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말하자면, 요사이 기자는 사소한 방황을 치른 셈이다.
 
 하지만 어지러운 것이 비단 기자만은 아닌 듯하다. 최근 몇 주 간 캠퍼스도 다양한 사건사고로 일렁거렸다. 어느 날은 몸살을 앓았고, 어느 날은 축배를 들었다. 요컨대 그런 것이다. 한 유학생이 죽음을 선택한 자리에서 불꽃축제의 폭죽이 터지는 장면이나, 대학평가 종합 8위를 이룩한 대학에서 누군가는 ‘삶이 힘들다’며 인터넷에 자살을 예고하는 장면 같은 것. 믿기 어렵지만 이 모든 장면이 영화 한 편의 전개처럼 차례로 펼쳐졌다.
 
 지난 5일, 법학관 옥상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멀리서나마 세계불꽃축제를 관람하러 온 이들이었다. 아마 사람들은 밤을 가르는 폭죽을 바라보느라 자신들의 발밑에 잠든 누군가의 죽음을 잊었을 터였다. 불과 3일 전, 그곳에 죽음이 있었다. 묘한 일은 또 일어났다. 지난 11일 새벽 2시경, 캠퍼스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출동했다. 중앙대 학생이 인터넷에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썼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다행히 일종의 ‘소동’으로 매듭지어졌지만 단순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지속적으로 특정 커뮤니티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밝혀졌다. 어쩌면 그는 죽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유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뛰어내리겠다고 암시한 건물엔 현재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 8위, 사립대학 5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편집국으로 밀려오는 취재내용을 살펴보면서 ‘요새 매주 일이 터진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는 맘은 그 어느 때보다 심란했다. 현실을 반으로 뚝 잘라 앞뒷면을 차례로 본 것 같았다. 흑과 백,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 다른 일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이 유감스러운 것은, 대개 부정적인 이슈가 빠르게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이슈를 덮으려는 모종의 의도 때문이 아니라, 마치 수요공급 곡선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아귀가 맞춰지는 일이다. 사람들은 바쁘고, 기억할 것은 많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뒷맛이 늘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모두가 미래를 이야기한다. 개혁을 주도하는 대학본부는 물론이고, 이번주 중대신문의 지면만 살펴봐도 그렇다. 중앙대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견실한 대학을 만들어가자든가, 대학의 발전을 위해 어떤 점을 더 노력해야 한다든가. 우리는 하나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언하고, 또 고민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들은 분명 장밋빛 미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내일이 아닌, 오늘날의 현실 그 자체를 말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치열한 오늘의 이야기에도 눈길을 줘야 한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뻔한 말이지만, 며칠간의 짧은 방황과 마주하며 ‘가끔은 뒤를 돌아보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주위를 살피며 달려야한다는 말을 곱씹었다. 우리는 어쩌면,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는데 정신이 팔려 등 뒤로 늘어진 그림자를 잊고 산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누구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조은희 
심층기획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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