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중앙대는 놀라운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건물이 대학 캠퍼스 곳곳에 새로이 자리 잡고 있다. 책임부총장제를 비롯한 중앙대의 지배 구조 변화는 대학의 경영과 행정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각종 대학평가에서도 중앙대는 지속적으로 순위 상승을 이루고 있다. 중앙대가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듯하다. 나는 이런 발전에 중앙대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발전이 대학으로서의 중앙대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이루어지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본질은 학문공동체이다. 한국어의 대학에 해당하는 영어의 university는 라틴어 universitas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 사람들의 모임, 즉 공동체를 뜻했다. 공동체에 해당하는 universitas가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인 대학을 뜻하게 된 것은 대학을 지칭하던 라틴어 universitas magistro rum et scholarium(교수와 학생의 공동체)을 줄여서 ‘공동체’라고만 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진정한 대학으로서 존재하려면 학문공동체로서의 대학의 특성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공동체 의식은 구성원이 그 공동체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중앙대 학생은 내부의 어떤 문제가 학생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여야 하고 외부의 어떤 요인이 학생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여야 한다. 교수 공동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교수들이 서로에 대해 동료 의식을 갖고 믿고 돕는 것이 교수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고 대학을 지키는 것이다. 대학을 이끄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중앙대 교수 공동체는 최근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해 동료라는 의식보다는 경쟁자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개별 교수의 가시적 성과에 근거하여 교수를 S급, A급, B급, C급 교수로 분류하는 업적평가 방식은 교수들을 S 교수, A 교수, B 교수, C 교수로 갈라놓고 있다. 이런 개인적 성과 중심의 교수 분류 방식은 교수들로 하여금 학문적 토론, 교류, 협력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중앙대의 역사상 현재만큼 교수들이 서로 교류하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자기들끼리도 서로 교류하고 서로 돕지 않는 교수 집단에게 대학 공동체의 중요 구성원인 학생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수 공동체 더 나아가서 대학 공동체의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집단은 총장, 부총장, 학장 등 대학의 대표자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은 총장이나 학장이기 이전에 우선 교수이다. 교수인 그들이 평교수들을 공동체의 동료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나 관리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외형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료를 처벌하려 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기본적으로 교수이며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망각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앙대의 상황을 보면 총장을 비롯한 부총장 학장 등 대학의 대표자들이 ‘분열시켜 지배하라’는 통치술의 기본에만 충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전 세계 근현대 대학의 모델이 된 독일의 베를린대학을 설립하는 데 이념적 지주 중 한 사람이었던 철학자 슐라이에르마허는 대학의 총장을 Primus inter pares, 즉 동료 중 첫째라고 하였다. 총장은 기본적으로 교수이며 교수들의 뜻에 따라 대학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중앙대를 대표하는 총장, 부총장, 학장 등이 자신들이 교수 공동체 더 나아가 대학 공동체의 대표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교수 공동체뿐만 아니라 학생, 더 나아가서 교직원을 포함한 중앙대 구성원 전체인 중앙대라는 학문 공동체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공동체로서의 대학이 위기에 처할 때 대학의 외형적 발전은 무의미해진다.
 
고부응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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