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의 심장』 미하일 불가꼬프 / 창비 / 221쪽

  인간의 생체기관을 개에게 이식한다면 개를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러시아 작가 미하일 불가꼬프의 상상력이 어우러져 『개의 심장』이 탄생했다.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밤, 식당 문 앞에서 쓰린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개-샤리끄가 죽어가고 있었다. 배고픔과 추위, 인간들의 학대를 못 이겨 죽어가던 샤리끄에게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소시지 하나를 건넸다. 남자의 집까지 따라간 샤리끄는 그가 장기이식 전문가 쁘레오브라젠스끼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집에서 귀족 같은 생활을 한다. 천국 같은 시간도 잠시, 샤리끄는 인간의 장기를 이식받는 실험 수술대에 강제로 오른다. 끌림 추군낀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뇌하수체와 생식기관을 이식받은 샤리끄는 일주일 뒤엔 옹알이를 하고, 이주일 뒤엔 걸음마를 떼며, 한 달 뒤엔 완연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당시 러시아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환상소설이지만 신빙성이 느껴진다. 1920년대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고 권력을 쥔 볼셰비키는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를 꿈꿨다. 개인적인 것은 곧 부르주아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사적 소유는 물론 사생활도 금지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불가꼬프는 통렬한 비판을 책에 녹여냈다. 쁘레오브라젠스끼 교수의 인간 창조실험이 큰 실수였음이 밝혀지는 부분이나 끌림 추군낀이라는 이름이 스탈린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그의 비판적 입장이 잘 드러난다.

 개의 뇌하수체, 개의 생식기관이 아닌 『개의 심장』이 제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샤리끄는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개처럼 행동했다. 심장, 그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사적규제의 강화와 같은 표면적인 규제로 새로운 인간 종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작가의 확고한 신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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