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 512쪽

  ‘할배’가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노인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꼬장꼬장하고 고루할 것 같던 할배들의 숨겨진 매력은 여고생부터 할매까지 사로잡는다. 바야흐로 할배의 시대가 온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만의 현상은 아니다.

 출판계에서는 스웨덴판 꽃보다 할배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슨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 펴냄)은 5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백 살 먹은 노인네가 요양원을 탈출했다? 제목만 들어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노인 알란과 함께하는 유쾌한 모험물이다. 100세 생일에 자신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요양원을 뒤로하고 도망친 알란.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건방진 청년의 트렁크 가방을 훔치면서 스펙타클한 모험이 펼쳐진다. 사실 건방진 청년은 범죄자였으며 트렁크 가방을 열어보니 어마어마한 검은 돈이 들어있었다. 돈을 되찾기 위해 쫓아오는 범죄자와 실종 노인을 찾으려 이 잡듯이 나라를 뒤지는 경찰을 피하며 알란은 새 친구들을 만들어간다.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알란은 친구들과 함께 특유의 낙관적인 자세로 능구렁이처럼 위기를 빠져나간다.

 소년 알란이 요양원에 들어가 100세를 맞이할 때까지의 과거와 범죄자들과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현재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두 가지 여행을 동시에 하는 느낌을 준다. 두 여행 모두 매력적이다. 현재의 여행이 ‘100세 노인이 실종됐다’는 뉴스거리로 스웨덴을 들썩이게 한다면, 과거의 여행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미국과 소련을 지나 중국, 북한까지. 이야기 속에는 여러 이데올로기가 등장하지만 알란에게는 그저 한 잔의 술이 중요할 뿐이다. 이데올로기에 무관심 하다못해 귀찮아하는 알란의 태도가 오히려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되는 자유진영와 공산진영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알란을 포섭하려는 미국 전 대통령이나 소련과 중국의 독재자들이 우스꽝스럽게 풍자될 뿐이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포인트는 읽으면서 ‘있을 법’하다고 혹할 만큼 섬세하게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당무계한 판타지 같으면서도 흘러가는 역사가 알란의 일생과 딱딱 맞물려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가 무겁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알란의 느긋함과 재치에 유쾌함마저 느껴진다. 누가 이 매력만점의 영감님을 100세 할배로 보겠는가.
 
 오줌발이 슬리퍼만큼도 오지 않는 노인이 그려내는 생의 마지막 페이지. 요양원에서 두 손 모아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창문을 넘어라! 어떤 액션 영화 주인공보다 강렬한 모험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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