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만리』(1,2,3) 조정래/ 해냄/ 1,260쪽

  “지금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이르렀고, 중국은 G2가 되었다. 이 느닷없는 사실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중국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예상을 40년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흔히 말하는 ‘기적’이 아니다. 중국 전 인민들이 30여 년 동안 흘린 피땀의 결실이다. 우리의 지난날이 그렇듯이.”

  출사표를 내던지듯 조정래 작가는 『정글만리』(해냄 펴냄)를 읽어내려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왜 중국이란 무대를 작품 속으로 끌어와 이야기를 해주고픈지, 하루하루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이면 속 그림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한 공간인지를 말이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예리하게 그려낸 조정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정글만리』는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허수아비춤』 이후 출간됐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대한 통찰과 전망으로 이어져 집필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각 권당 원고지 약 1,200매로 구성돼 총 3,615매의 전 3권으로 완결된 장황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조정래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길게 늘어질 것 같은 대목에서도 그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 넣는다. 그렇게 작가가 불어넣은 숨으로 연명하는 인물들은 매 사건마다 서로 엉겨 붙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그 때문일까? 1권 100쪽을 넘어가는 순간 불붙은 가독성은 쉽사리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왜냐, 성공 궤도를 향한 각 인물들의 숨 막히는 사투가 중국식 자본주의란 배경 아래 너무도 생생히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사 후부터 중국에서 일을 하게 된 전대광은 ‘콴시’(중국 내 인맥)의 달콤함을 우연한 계기에 맛보게 된다. 이 ‘콴시’ 하나면 자기가 원하는 그 무엇을 언제든지 쟁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대광은 그렇게 보란 듯이 ‘콴시’를 얻고 성공궤도에 오르는 듯 보였다. 그 외 주요인물인 서하원은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로 빚더미에 눌러앉아, 전대광의 권유를 받고 중국이란 무대를 밟는다. 그런데 이 전대광이 말하는 중국은 참 이상하다. 
 
 “똑똑히 들으세요. 여긴 한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중국은 말이죠, 짝퉁 아이폰5가 미국보다 먼저 출시되어 팔리는 나라고, 세계 명품이란 명품은 죄다 만들어 파는 전문 짝퉁시장을 버젓이 열어놓고 올림픽을 개최했고, 그 배짱이 하도 희한해서 개막식에 참석했던 선진국 원수들이 줄줄이 구경을 갔다가 쇼핑까지 해가지고 나온 게 중국이에요.”-『정글만리』 중에서
 
 전대광은 서하원에게 고리타분한 한국식 양심은 그만 떨쳐버리라 말한다. 그날 이후 서하원은 우리가 익히 알던 중국이 시대적 진부함을 탈피했음을 짐작한다. 
 
 반면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은 20살 청년의 패기답게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 말고 중국사에 눈을 뜨게 된다. 세상사람 모두가 ‘콴시’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할 때 그는 그 뿌리를 파헤치려 역행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밖에도 『정글만리』는 휘황찬란한 세계 경제 속에서 그림자조차 드리워지지 않는 공간을 지목하기도 한다. 바로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 특유의 ‘런타이둬(人太多)’ 이면에서 벌어지는 과속 성장의 폐해를 말이다. 여기서 『정글만리』가 안고 있는 플롯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 막힐 듯한 경제전쟁 속에서 정작 정글 속에 갇혀 허덕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스케치하듯 스쳐 지나가버린……. 담백해도 너무 담백해져버린 느낌말이다. 그러나 분명 조정래 작가만의 특유 문체나 플롯에 대한 스케일은 그 어느 장편소설과 비교할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자, 이제부터는 『정글만리』에 대한 거침없는 평을 또 다른 독자의 몫으로 남기려한다. 미묘한 감정이 오고가는 얽히고설킨 정글 속 여행으로 당신을 진심으로 초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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