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기자는 교내 비정규직노동자 노동조합출범식 현장에 있었습니다. 출범식에 계셨던 아주머니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습니다. 그 환한 표정은 그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 거란 설렘에서 왔을 겁니다. 처음에는 기자 역시 아주머니들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출범식은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며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신 분들이 함께 모인 첫 행사였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자의 가슴을 벅차게 한건 아주머니들과 함께 투쟁을 외치던 학생들이었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도 아주머니들의 외침을 듣고 이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출범식이 중반정도 진행되고 있을 즈음엔 이미 많은 학생이 아주머니들의 외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기자는 출범식을 취재하러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출범식이 ‘비정규직노동자들만의 축제가 되진 않을까’, ‘그들만의 소리 없는 외침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자를 설레게 한 것은 아주머니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의 ‘연대의식’이었던 것 같네요. 이번 노조결성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 입니다. 방학동안 인문사회계열의 몇몇 학생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그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새출발에도 많은 학생들이 같이 있었습니다.

노조의 첫 단추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채운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비정규직노조는 이제 막 걸음마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 까지는 많은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조가 생김으로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노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해 줄 것이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나머지는 학생들의 몫입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일터는 우리 학생들이 꿈을 찾고 키워나가는 장소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비정규직노동자도 교내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작은 좋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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