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31만 3천 명, 스펙비용은 4,269만 원
취업해도 결혼하고 내 집 마련까지 산 넘어 산
양육비는 월 소득의 29%씩, 내 집 마련 11년 걸려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
  대학생의 주머니는 비어있다. 결혼자금·집값 등 그들의 미래는 빈 주머니에 대고 어림도 없다고 비웃는다. 기댈 곳이라곤 취업뿐이지만 청년실업률 7.6%.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의자 놀이’를 시작한다. 먼저 앉지 못하면 낙오되는 게임, 임하는 이들의 눈빛에는 긴장감과 불안감만이 가득하다. 공식통계자료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진실을 말해주고 있을까.

  빌딩 숲 속 내 직장은 어디에
  지난 8월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청년실업자는 31만 3천 명으로 집계됐다. 31만 명의 학생들이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발버둥 치는 동안 들인 돈은 취업 후에도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2012년 5월 청년노동단체인 ‘청년유니온’은 청년층의 평균 스펙비용이 4,269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대학졸업자 35명을 대상으로 학력·어학·자격증 등의 스펙을 쌓는 데 들인 비용을 조사한 결과였다. 청년유니온은 ‘4,269만 원은 조사대상의 평균임금을 32개월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회수할 수 있는 돈’이라고 덧붙였다. 취업 준비비용으로 월 60~70만 원을 쓴다는 김세진 학생(가명·국제대학원)은 “취업이 어려워 유학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까?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통계자료를 이용해 취업 후 결혼 및 양육비용, 집을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봤다.

  결혼자금은 얼마 준비해야 하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총 결혼비용은 9,588만 1천 원, 여성은 2,883만 3천 원이었다. 평균연령 27세의 대졸 이상 남녀의 월평균 소득에서 매월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50만 4,344원씩만 지출한다고 했을 때 결혼비용을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남성의 경우 4년 6개월, 여성의 경우 1년 6개월가량 소요됐다. 이른 결혼은 딱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다 저축하는 착실한 일꾼에게만 주어지는 산물이다. 고승구 학생(가족복지전공 2)은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니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하는 데다 결혼비용도 여자의 서너 배가 든다”며 “남자의 경우 더욱더 결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아이 대학까지 보내려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에서 출생부터 대학 졸업까지 자녀 1인당 드는 총 양육비가 3억 896만 4천 원이라고 발표했다. 월평균 118만 9천 원. 대한민국 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04만 63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의 29.4%씩은 한 자녀의 양육비로만 지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높아만 가는 양육비 탓에 미혼 남성 72.6%, 미혼 여성 58.9%는 경제적 이유로 ‘한 명의 아이만 낳길 원한다’고 답했다.

  내 집 마련은 언제쯤 가능할까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3년 9월 수도권 아파트의 m²당 평균매매가격은 410만 8천 원이다. 수도권 내에 30평(99m²) 아파트 한 채를 얻으려면 또 얼마나 일해야 할까. 30평 아파트의 평균매매가는 4억 669만 2천 원. 월 평균소득 404만 630원에서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85만 8,747원을 뺀 금액으로 계산해 봤다.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10년 8개월. 이마저도 아이를 키우지도 않고 부모님을 부양하지도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선호 학생(화학신소재공학부 2)은 “수도권 내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대출 이자에 허덕이며 수도권에 살 바엔 지방에서 사는 것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는 어디까지나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기다 보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집값과 양육비, 부모님을 부양하는 비용은 한꺼번에 달려와 돈을 달라고 독촉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벌써 허리띠를 졸라매려 한 학생도 있었다. 신진영 학생(기계공학부 2)은 “결혼 후 양육과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삶에서 여가생활 같은 것을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일자리를 얻으면 누군가는 잃게 되고 아이를 낳으면 여가는 포기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 대학생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엔 실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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