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생활에 목돈 쓴 뒤 몰려오는 우울함
자취생은 옷 살 엄두도 못 내는 현실
데이트마저도 높은 물가에 치인다

  중앙인 3명 집중취재
  심층기획부는 중앙대생의 경제 현실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학과 생활, 자취, 연애를 하는 세 명의 학생을 만났다. 세 명의 학생은 각기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요즘 물가가 높다는 것에 동감하고 있었다.

  과를 사랑하는 대가로 지갑은 텅텅 빈다
  이른 아침부터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이 김유한 학생(가명)을 흔들어 깨운다. 졸린 눈을 비비며 확인한 휴대전화는 밥 사달라는 새내기들의 문자로 포화상태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모닝콜이다. 학회 후배 2명과 함께하는 점심. 돈가스를 먹고 싶다며 후배 녀석이 옆구리를 넌지시 찌른다. 그렇게 돈가스 값으로 18,000원이 떠나간다. 돈가스 정도는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3인분을 계산하니 타격이 크다.

  오랜만에 동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 개강하고 처음 모이는 자리에 흥이 절로 난다. 오늘따라 술도 술술 들어간다. “기분이다!” 분위기에 취한 김유한 학생이 술값 계산에 나선다. 다음날, 흐린 기억 속에서 술값을 냈다는 게 불쑥 떠오른다. 영수증에 찍힌 8만 원을 확인하니 가뜩이나 쓰린 속에 신물이 올라온다. 별로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8만 원이나 나올 줄은 몰랐다. “과 생활 중에 술값으로 돈이 가장 많이 나가요. 제가 많이 쓰는 탓도 있지만 물가가 높은 것 같아요.” 지난학기는 김유한 학생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현금 대신 카드를 쓰니까 나중에 가서야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드값이 나오면 부담될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도 이번학기 김유한 학생은 오늘을 위해 돈을 쓴다.

  김유한 학생이 과 생활에 쓰는 돈은 매달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원래 씀씀이가 큰 데다 올해 학과 학회장을 맡으면서 거의 모든 새내기들과 식사를 함께 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 입장에서 부담은 당연지사다. “2학기 들어서는 발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취생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엄마, 나 대학 붙었어!” 지난해 10월, 이소희 학생(가명)은 중앙대 수시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에 합격한 기쁨은 잠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기숙사에 떨어지면서 그가 꿈꿨던 대학 생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매일 교통비로 12,000원 정도가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자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교통비 부담이 크니까요.” 길바닥에 돈을 뿌릴 수는 없는 법. 결국 그는 지난 2월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월세를 내는 날. 막 입금을 끝낸 이소희 학생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돈이 덜 입금됐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문자다. 문득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그의 중추신경계를 관통한다. 월세와 별도로 5만 원 상당의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교통비에 쫓겨 결정한 자취라지만 예상치 못한 생활비에 다리가 휘청거린다. “주변 시세를 생각할 때 제가 살고 있는 집이 비싼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 혼자 살기엔 부담이긴 하죠. 관리비까지 치면 매달 50만 원을 내야 하니까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을을 맞아 한껏 멋을 부린 옷가게 마네킹이 이소희 학생을 유혹한다. 그러나 이소희 학생은 마네킹을 돌아보지 않는다. 비싼 옷을 사고 나면 주린 배를 감싸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옷은 안 산다고 보면 돼요. 옷을 사면 제가 그만큼 굶어야 하니까요.” 그가 생활비로 쓰고 있는 돈은 매달 60만 원 정도. 그는 생활비 대부분을 식비와 친구들과의 약속에 쓴다. “제가 사치를 부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가가 비싸서 제가 아껴 써도 풍족하게 살지 못하거든요.”

  마음껏 사랑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봄은 온다. 사랑의 신 큐피드가 쏜 화살에 지난 4월 임희준 학생(가명)은 심장을 관통당했다. 그러나 요즘 물가에 큐피드도 노잣돈이 필요했나 보다. 여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임희준 학생에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데이트가 있는 날. 여자친구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여자친구가 눈여겨보던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표 가격은 18,000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예전에는 8,000원만 있으면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몇 년 새에 가격이 올랐다. 영화관 근처 한식당에서 여자친구와 맛있는 식사를 한 대가는 17,000원. 음식값보다 영화값이 더 비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임희준 학생 커플은 서로의 데이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자 15만 원씩을 매달 커플통장에 저금하고 있다. 그러나 임희준 학생은 30만 원 정도를 가지고 한 달 동안 연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부족한 데이트 비용을 여자친구 몰래 자신의 카드로 부담하고 있었다. “데이트를 하려고 해도 가는 곳마다 비싼 프랜차이즈 식당이 대부분이에요. 대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죠. 요새 들어 빨리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작년 중앙대 학생 2,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앙인 의식조사에는 월평균 용돈으로 35만 원을 쓰고 있는 학생이 28.4%로 가장 많았다. 35만 원을 기준으로 일주일간 대학생이 쓰는 돈을 계산하면 약 7만 원으로 하루에 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친구들이나 후배들과 밥을 먹고,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에 만 원이란 금액은 턱도 없다. 대학생의 경제 현실이 우울한 이유는 그들이 사치스러워서가 아니라 현재의 물가가 높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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