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 ‘졸업’은 달갑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는 상황에서, 이제는 학생이라는 신분마저 잃게 생겼다. 
 
  졸업이 즐겁지 않은데, 졸업앨범 촬영이 기쁠리 있을까. 6만 원에 가까운 졸업앨범비와 메이크업, 옷, 구두까지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비용은 수십만 원에 이른다. 가뜩이나 각종 시험 응시료와 책값 지출이 큰 와중에, 절로 염치 없어지는 금액이다. 부모님은 ‘마지막 추억’이라며 촬영을 부추기셨지만 내심 돈 아깝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도 저렴하게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었고, 구두는 빌리며 비용을 최대한으로 절약했다. 그렇게 학사모 사진이라도 제대로 선물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며 내키지 않는 촬영에 나섰다.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촬영 장소에는 딱 6명이 나타났다. 1학기에 촬영한 인원을 합쳐도 10명도 안 되는 숫자였다. 동기도 많지 않았다. 40여 명이 함께 입학했지만, 졸업앨범에 함께 사진을 남길 입학 동기는 단 한 명뿐이었다. ‘같이 졸업앨범 찍자’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돈 아깝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졸업앨범을 외면했다. 그렇게 한두명씩 이탈하기 시작하자, 졸업앨범을 찍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이 없었다. 졸업앨범비용을 냈다는 친구들 역시 환불받고 싶다고 했다.
 
  4년 동안 대학등록금만 3천만 원이다. 거기에 책값, 밥값, 교통비까지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축냈는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자리 잡아 부모님께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할 텐데 현실은 서류통과도 쉽지 않다. 영어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 시험이라도 볼라치면, 또 돈이다. 이런 와중에 추억을 위한 졸업앨범 촬영비용이 수십만 원이라니? 콧방귀가 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주, 경북지역의 한 대학교에서 졸업생에게 졸업앨범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졸업앨범 촬영 참여도가 낮아지자 대학에서 직접 ‘추억 만들기’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졸업앨범 촬영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교직원의 인터뷰도 덧붙여있었다. 경제적인 부담감으로 촬영을 포기한 학생들이 돌아온 것이다. 기사에 실린 사진 속 웃고 있는 졸업생들의 모습이 우리학교와 비교되어 괜스레 부러웠다.
 
  졸업을 앞두고 누구나 불안하다. 취준생이라는 떳떳하지 못한 신분이 왠지 모르게 우리를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거기에 경제적 부담감이 더해지며 졸업생들은 지난 4년을 추억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이제는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거나, 졸업장만 받아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행복했던 입학의 기억과 대조돼 더 씁쓸할 뿐이다.
박지윤 전직기자(독어독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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