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는 어디를 가나 심심찮게 볼거리가 많은 다양한 공간을 가지고 있는 문화도시이다. 고딕 건축의 진수인 노틀담, 하루종일 들러보아도 무궁무진한 예술품의 보고 루블 박물관, 그 주변 콩코드 광장과 앵발라드 광장,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의 테라스 카페에서 포도주 한잔에 취해있는 연인들의 모습, 에펠의 활력,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와 그 주변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화행사와 시위...이루 헤아릴 수 없는 도시 파리는 지루하지 않은 활력 있는 도시이다.

파리는 잘 계획된 도로망, 건물의 높이, 외관, 도시조경, 도시시설물, 환경조형물, 편의시설
등이 넓고 좁은 도시공간에서 잘 조화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파리는 도시전체가 섬세하
게 다듬어져있는 예술공원 같다. 건축과 도시조경이 잘 조화되어 대도시에서 겪는 답답하고
복잡함은 느낄 수가 없다. 심지어 대중교통기관인 메트로(지하철)는 지하 4개층 정도 내려가
는 지하공간이면서도 역마다 잘 꾸며 놓은 시설과 조명으로 지하에서 느끼는 거부감을 줄여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파리의 중앙역인 레알지구는 고풍스런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새로운
건축물이 역과 연계되어 도시공간에 숨통을 터준다. 이곳에 신축된 건축물은 지상으로 높이
건축한 것이 아니라 지하공간을 이용하여 주변의 구건축물보다 낮게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퐁피두센터는 옛 건축물 사이에 위치하면서 현대미술관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문화공간이다.
퐁피두센터는 기계적인 건물이면서도 주변의 옛 도시건축과 대립되면서 새로운 도시의 멋을
창출하고 있다. 레알지구의 복합적인 건축물들은 마치 자기를 낮추면서 주변의 건축물들을
살려주는 희생적인 건축물 같은 인상을 준다. '자기가 희생하면서 모두가 사는 건축계획'의
좋은 예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경관 못지 않게 인간이 만들어주는 풍경은 하나의 움직
이는 경관으로써 도시에 활력을 더해 준다. 그래서 레알지구에서는 환경조형물 중의 하나인
연못에서, 엉터리로 꾸며진 희극적인 분수의 모습과 즉석에서 연출하는 유희적인 연극, 그리
고 거리의 악사들 이러한 모습은 자유분방한 건축과 도시환경에서 창출될 수 있는 바람직한
도시공간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파리는 신도시와 구도시가 뚜렷하게 대별되면서도 도시시설과 문화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
되는 곳에는 반드시 세워져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라데팡스는 프랑스가 자랑하고 있는 신
도시이다. 우선 이곳에는 대형아치의 건축물들이 라데팡스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전면에는
상업공간이 있고 멀리는 대형공동주택단지가 보인다. 모든 차량은 라데팡스 앞 광장 밑으로
통과한다. 지하에서는 넓은 공간인데도 기둥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둥간격이 넓다. 1
층은 지면에서 많이 떨어져 계단 위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면 이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건축물의 뒷면에는 녹색의 대형유리가 겹겹이 바닥에 세워져 있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다. 도시가 밝아지고 사람들은 활기차다. 같은 문화시설이라도 서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을
볼 때 너무 무겁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는 건축물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어
느 하나의 건축물이라도 불쾌하게 세워지면 도시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도시에는 건축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도시시설물과 환경조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라데
팡스는 도시의 바닥부터 모자이크 또는 독특한 그래픽디자인으로 되어있고 환경조각도 도시
경관에 제몫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간판, 쓰레기통, 벤치, 공중전화부스 화장실까지 곡선으
로 예술적인 멋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라데팡스에 다양하게 놓여져 있는 곡선의 벤치가 자
유스럽게 배치된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사용자의 모습도 함께 표출되어 변화무쌍한 도
시감을 준다. 라데팡스는 세느강 건너편의 첨단적인 도시로서 파리시민과 그곳을 찾는 관광
객에게 즐거움과 희열을 준다. 바로 20여년 전부터 시작한 우리 서울의 현대화된 한강 건너
편과 파리 세느강 건너편의 신도시를 비교하면 우리의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거
의 비슷한 시기에 도시개발이 시작되지 않았는가.

이러한 도시의 높은 문화는 전통과 미래를 다같이 볼 줄 아는 안목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삭막하기 쉬운 도시에 강한 생명력을 주면서도 살맛 나는 도시를 연출하
고 있는 파리, 밤과 낮의 이미지가 잘 조화된 삶의 터전으로 훌륭한 삶의 공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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