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사각지대 늪에 빠진 학생들
  • 김민선 기자
  • 승인 2013.09.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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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이다”


다음해 2월 졸업을 앞둔 자연공학계열 4학년 김철수 학생(가명)의 말이다. 요즘은 한창 전공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지난학기엔 취업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그에겐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낸다는 것이 졸업한다는 아쉬움보다 다행스러움으로 찾아온다. 만만치 않은 등록금을 8번이나 지불하는 것은 대부분의 대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일이다.


2년 전 김철수 학생과 그의 부모님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의 부모님께서 그동안 묵혀온 부채와 융자를 갚기 시작하면서 빠듯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부모님은 자식의 등록금을 해결하느라 생활비까지 챙겨줄 순 없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김철수 학생도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 맨 생활을 했다. 친구들 앞에선 드러내지 않았지만, 밥값이나 모임 회비를 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목돈이 될 만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는 “휴학을 하기보단 가능한 한 빨리 등록금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에 입학한 이래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빚을 갚던 2년 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인 신입생 시절부터 등록금을 낼 형편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국가장학금도 신청해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1원 한 푼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분위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 국가장학금을 연이어 두 번 탈락하고는 그는 더 이상 장학금을 신청하는 것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국가장학금 수혜 가능 소득분위에 해당하지 않아 중앙사랑장학금도 받을 수 없었다.


한국장학재단과 학교에선 어째서 매 학기 장학금이 간절한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한국장학재단에서는 보유재산, 건강보험료납부액, 자동차 등의 자산을 점수로 환산해 소득분위를 책정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채를 파악할 권한은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주택을 소유하며 세금도 꾸준히 납부하는 착실한 가정 뒤에 숨어있던 ‘빚’은 한국장학재단도, 학교도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휴학을 선택한 이유는…”


이번학기를 휴학하고 지난 여름방학부터 은행 인턴을 하고 있는 경영경제계열 2학년 강지훈 학생(가명)의 사정은 이렇다. 원래는 휴학계획이 없었지만 방학부터 하던 인턴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그에게 인턴 활동은 전공을 살리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는 밝게 웃어 보였지만 이렇게 돌연 휴학을 하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숨어있었다.

 

▲ 장학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은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한다.


신입생이었던 2012년에 그는 등록금으로 고민했던 적이 없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국가장학금과 중앙사랑장학금으로 등록금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어서 그의 부모님은 이런 아들을 자랑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학기와 이번학기에는 선뜻 등록금을 낼 수 없었다. 소득분위 2분위에 속하는 강지훈 학생이 받는 장학금액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학기엔 경영경제계열의 중앙사랑장학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그가 받은 장학금액이 줄었다. 게다가 이번학기엔 중앙사랑장학금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괄 지급되는 바람에 장학금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강지훈 학생이 받는 장학금액은 지난학기보다도 더 감소했다. 꾸준히 장학금을 신청해서 받아오던 그는 날로 줄어드는 장학금을 체감하게 됐다.


큰 버팀목이 되어 왔던 중앙사랑장학금을 기대했다가 기존에 받던 장학금액보다 줄면 수혜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학기에 중앙사랑장학금 150만 원을 받았고, 이번학기엔 2분위에 해당하는 국가장학금 135만 원과 중앙사랑장학금 8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1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휴학을 결정했다. 그는 “작년 2학기 땐 등록금 중 30만 원만 내면 됐는데 이젠 장학금을 받는다 해도 남는 금액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 제도의 기조인 형평성에 공감하면서도 내심 쓸쓸한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공부”


2013학년도에 입학한 신입생 안명운 학생(사회학과 1)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가장학금과 중앙사랑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을 받고 있다. 척추가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 수 없는 그는 지체장애 1급이다. 그가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적우수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여러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감면받고 있지만 그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항상 사고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그에겐 한 번 수술이라도 하면 큰돈이 들어간다. 그가 수술할 때마다 빚을 내기도 십상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큰 고비를 넘긴 적이 있는데 그때의 수술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애학생들은 가계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더라도 언제나 위급 상황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평소에 경제적으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중앙대는 장애 학생을 위한 장학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는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힘든 장애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올해부터 입학 시 장애학생 전형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에 맞춰 장애학생 복지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애학생 장학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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