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 고대생 일천이백 여명은 동교 교정에 모여 7일 째 삼선개헌반대성토대회를 열고 11시 5분 또다시 교문을 뛰쳐나왔다. 이날 학생들은 ‘고대’라고 쓴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헌정사수 개헌결사반대”라고 쓴 피켓을 흔들며 성토를 벌였다.” 
 
 1969년 7월 동아일보 3면에 실린 기사이다. 당시 대학생들은 사회적인 부조리에 목소리를 냈고 사회 역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영향력 있게 받아들였다. 물론 2013년에도 대학생들의 이러한 역할은 유효하다.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요즘, 대학생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여전히 언론의 관심사이다. 대학 내 여론을 전달하고 때론 여론을 주도해 나가는 일에 있어 가장 책임이 있는 것은 각 대학의 학생대표, 즉 총학생회이다. 
 
 본교 안암총학생회(안암총학)도 지난 몇 달간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에 입장을 표명했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를 거쳐 성명서를 통한 의견표명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1일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와 관련해 안암총학은 대학가 중 가장 빠르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의견표명방식에 있어 학생대표가 해당 사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고민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학생 대표는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커뮤니티의 댓글이 아닌 캠퍼스에서 학우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학내 여론을 수렴해 발표하는 자리라면 ‘학내’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본교 구성원의 의견을 피력했어야 한다. 성명서 발표를 ‘했다’가 아니라 성명서 발표를 ‘제대로 했다’고 말하려면 앞의 조건들이 충족돼야 하지 않을까. 
 
 시대에 따라 총학생회의 역할이 변한 것은 당연하다. 본교 역시 운동권 성향의 학생회가 한창이던 때를 지나 최근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복지 공약을 내세운 학생회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학우 중심의 총학생회’를 표방하며 나온 안암총학은 문화 공연, 학생증 혜택, 페이스북을 통한 소통 등 학생 복지 면에 있어선 학생들의 강한 지지를 받는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1학기 총학생회 중간평가 설문조사에 있어서도 ‘학생 복지 개선’ 항목이 총학생회가 가장 잘한 사업 1위에 뽑혔다. 
 
 안암총학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총학생회는 국정원 사태에 대하여 추가로 대응해야 하는가?’는 안건의 제목으로 정책투표를 실시한다. 학우들에게 다시 한 번 이 사안에 대해 환기시키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적절한 시기를 놓친 뒤늦은 대응이라 비판받을만하다. 대학생이라는 이름에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밝힐 의무와 사회를 향해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용기가 포함돼 있고 학생회는 이러한 대학생들이 지지해 선출된 기구이다. 학생 대표들은 이에 걸맞은 책임과 함께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는 문제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대면할 필요가 있다.   
 
 
오은정 편집국장
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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