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시절 꽤나 공부를 못하던 친구 A가 있었다. A의 신기한 점은 옆에서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반해 성적표가 나오면 입이 다물어진다는 점이었다. A는 수업시간에도 열심이었고 자습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부진의 원인을 시원하게 찾아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담임을 맡은 선생님은 유달리 A에게 엄격했다. 노력에 비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수업 중 질문을 던졌을 때 다른 학생들이 대답을 못하면 웃고 넘기지만 그 친구가 대답을 못하면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교실 뒤에 나가 서있으라 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담임선생님이 그 친구를 싫어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본인은 어땠을까. A는 결국 3월 초 성적에 별다른 변화 없이 2학년을 마쳤다.
 
 고등학교 3학년. 결론부터 말하자면 A의 성적은 ‘급’성장했다. 새로 만난 담임선생님의 지속적인 격려 탓이다.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A의 옆에서 공부법을 체크해주며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알려주고,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크게 혼내지 않았다. 또한 주변을 많이 신경 쓰는 A의 성격을 배려해 교실에서 하는 자습 대신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긴장하지 않고 공부하니 공부가 즐거워졌고 A는 수능에서 평소 실력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눈치 빠른 이는 알아챘겠지만 친구 A는 본인이다.  
현재 대학본부가 교수들을 향해 보이는 태도는 고등학교 2학년 당시의 담임선생님을 떠오르게 한다. 대학본부가 제시한 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교수들의 연구업적 평가기준을 상향하고 연구력이 기준에 미달되는 교수의 연구실은 회수해버린다. 연구년은 계열별 8%만이 사용하도록 제한한다. 
 
 물론 대학본부의 제도 개혁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교수들의 연구력 향상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징계’식 개혁은 장기적으로 교수 연구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징계식 개혁이 교수들의 긴장은 불러일으킬 수 있어도 큰 성장은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수들에 대한 무리한 개혁 또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좋은 성적을 내라고 닦달하는 것 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대학본부의 제도 개편안에 관해 49명의 교수와 외부 언론사에 의견을 물었다. 취재한 대부분의 취재원은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해 무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외부 언론사 기자들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서는 무리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동감했다. 성과를 위해 대상을 압박하는 태도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뿐더러 단기적인 성과에만 그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구 환경을 조성해 교수들 스스로가 연구하고 외부의 우수한 교수들도 중앙대에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 공부를 할 땐 항상 긴장해있었다. 전혀 즐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제시한 목표량만 채우는 공부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공부가 즐거워지자 오히려 목표량 이상의 공부가 가능했다. 이번 제도개편도 비슷한 맥락이다. 긴장해서 연구하는 교수와 즐거워서 연구하는 교수. 정답은 정해져 있다.
 
조동욱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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