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일방적 대학운영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담은 연명 의견서를  학교 본부에 전달했고 이에 대한 총장단 명의의 반박문이 발표되었는데, 반박문 내용이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연명 의견서에 이름을 실은 한 사람으로서 짧은 소회를 적어 보려 한다. 
 
 3년 전쯤 연구년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 교수협의회의 요청으로 <소통 부재 일방향 행정체제의 문제점>이라는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이 시평은 『중대신문』 인터넷판에서 볼 수 있다). 나는 두 가지 기준을 꼭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그것을 ‘개인효과’와 ‘협력효과’라 불렀다. 개인효과란 일인당 논문 편수처럼 교수 각자가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에 따른 효과를 말한다. 반면 ‘협력효과’는 교수들이 함께 모여서 연구소를 꾸리고, 연구비를 수주하고,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짜는 등 혼자서 달성하기 어렵고 자발적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효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학교 평판도에 큰 영향을 준다. 
 
 근시안적 책임자라면 짧은 임기 동안 손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개인효과에만 올인할 것이다. 반면 넓은 시야를 지닌 능력 있는 책임자라면 개인효과에만 올인하면 장기적으로 협력효과가 하락해 결국 한 저수지의 물을 빼서 다른 저수지에 물대는 일이 됨을 깨닫고, 두 효과를 동시에 늘리는 길을 고민할 것이다. 
내가 속한 인문사회계열을 예로 들어보자. 인문사회계열 교수회의 자료에 따르면, 8개 경쟁 대학과 비교했을 때 교수 1인당 국내학술지 논문 편수가 1위로, 2위 한양대학교보다 56% 높은 성과를 내었다. 개인효과가 달성 가능한 최대치에 도달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교수들의 공동 연구와 국제교류를 장려하고 학교를 대표할 연구센터를 만드는 방향으로 협력효과를 잘 이끌어 낼 전략이다. 이렇다 할 공동연구 지원 정책도 없는 상황인데도 최근 BK21플러스 수주, 독일유럽연구소 건립, 학과평가 등에서 인문사회계열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그나마 협력효과의 전통이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체감하는 바로 5년 전에 비해 인문사회계열의 협력효과는 절반으로 줄었고, 이번 총장단 반박문을 접한 다음 거기서 또 절반이 줄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가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교수 개인당 논문을 30%씩 더 쓰라는 손쉬운 ‘개인효과’ 극대화뿐인데, 대체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협력효과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두 영역은 자긍심과 제도적 지원인데, 이 두 영역을 손상시키는 대표적 악수는 ‘역 페널티’이다. 정책을 열심히 잘 따라 온 사람에게 장려책 대신 페널티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학교의 방침을 따라 논문 성과를 많이 낸 교수들이 늘어나면 최저등급의 비율은 당연히 줄게 되어 있고, 실제로 처음 예상한 17% 수준에서 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경우는 장려책이 올바른 선택인데, 학교는 오히려 최저 등급을 늘리려는 방향으로 반대로 가고 있다. ‘역 페널티’가 반복되면 구성원들의 열의와 헌신성이 사라져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특히 이번 학교 대응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3연속 최저등급 교수비율이 1.3%도 안 되는데, 그 일을 가지고 다수의 교수를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몰고 간 것이다.
 
 대학은 건설적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배우는 곳이어야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배척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 운영은 ‘자발->협력->의무->위협’이라는 네 단계로 하락한다. 중앙대가 지금 그 중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학교는 개인효과와 협력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과연 성공하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잘 살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승욱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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