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기간, 교육권을 사는 학생들
  • 중대신문
  • 승인 2013.09.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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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권을 사고판다. 수강신청 기간이 되면 학생은 자신이 아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원하는 강의를 수강한다. 수강신청에 실패했을 때 학생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일정 금액의 사례를 하고 강의를 구한다. 수요가 생기자 이틈을 타 제대로 한몫 잡아보려는 판매자도 나타났다. 본지 <이대학보>가 본교를 취재한 결과 학생은 한 수업 당 최소 5천원 상당의 기프티콘에서 최대 1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9월 수강신청 및 변경 기간에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와 강의평가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집계된 강의매매 글은 약 1,000건에 달했다. 
 
 강의매매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타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세대, 한양대 등 다른 대학언론에서도 강의매매 문제를 크게 다룬 바 있으며, 최근 모 사립대 게시판에서 한 강의를 30~40만원까지 제시한 판매자도 있었다. 수많은 학생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어쩔 수 없이 돈으로 구매한 것이다. 오히려 과목을 받을 때 사례하지 않으면 기본 예의를 안 지켰다고 힐난하기도 한다. 해당 과목 수강신청을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하는 학생의 인식 또한 문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좌석과 기한은 한정적인데 비해 과도한 매매와 흥정으로 수강신청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구매자인 학생은 급한 마음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수업을 사려고 하고, 판매자는 더 비싸게 수업을 팔기 위해 인기 수업을 일부러 빼지 않고 시간을 끈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매매를 위해 남은 학점으로 인기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도 있다.
 
 대학가 강의매매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현재 이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법학대학 교수와 전문가들은 강의매매를 한 학생을 처벌할 만한 구체적인 법령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상황은 학칙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대학이 강의매매에 관한 학칙이 없다. 이를 처벌할 수 있다는 학칙을 내세워도 대부분 표현 자체가 모호하고 징계 기준이 없어서 실질적인 처벌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말과는 달리 자체적인 단속이나 제재가 이뤄지고 있지도 않다.
 
 “못 들어서 한 학기 더 다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과목을 약 10만원에 구입한 취재원의 말이다. 취직을 위해서 강의매매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것이다. 좋은 학점, 복수전공, 취업 등의 이유로 학생은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등록금 이외에 추가로 돈을 지불했다. 이 문제에 학생은 자신의 수업권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을 상기해야 한다. 학교 측은 무분별한 매매를 규제할 방안을 마련해서 피해자를 줄여야 한다. 최근 한양대와 광운대 등은 강의매매 금지 조항을 만들거나 온라인 강의 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교육권에 관한 학교와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 측은 규제하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과목을 매매하는 상황을 부른 가장 근본적인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박준하 편집국장
이대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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