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아직도’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입사 3년 차인 나는 아직도 새벽 5시에 반사적으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경찰서 형사들을 깨우러 다닌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수습딱지를 뗀 타사 동기들과 달리, 아직도 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밤사이 사건사고를 챙기러 경찰서를 활보하고 있다. 혼자 살던 70대 할아버지가 방 안에서 목을 매 숨진 이야기와 화물차-승용차 간 추돌사고로 운전자 김 모씨가 중환자실로 실려 간 이야기들로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게 꼭 싫은 건 아니다. 처음엔 죽을 맛이었지만 이젠 몸에 배서 딱히 힘들지 않다. ‘슬픈’ 이야기들도 듣다 보면 익숙해진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매일 죽고, 죽이는 사건사고에 노출되다 보면 어느새 필요한 사실들만 챙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넥타이로 목을 맸는지, 수건으로 목을 맸는지, 문은 열려 있었는지, 부검은 하는지….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적응이 됐다. 때 되면 배가 고픈 것처럼 쉬는 날에도 새벽 5시면 눈이 떠진다.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는 건 사실 좋을 때가 더 많다. 차가 막히지도 않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차분히 생각해볼 수도 있다. 졸고 있는 형사들을 일일이 깨우러 다니는 게 꽤 피곤하긴 하지만, 새벽에 찾은 경찰서에선 잊고 지내기 쉬운 ‘기자스러움’을 회복할 수도 있다. 형사들이랑 같이 자장면 먹으며 잠복하던 시절은 지났다지만, 그럼에도 경찰서는 여전히 가장 기자스러운 곳이다. 3년 동안 경찰서에 출입하다 보면 회사보다 경찰서가 더 편할 때가 있다.  
 
 요즘 나는…. 여전히 새벽부터 일어나 경찰서를 ‘싸돌아’ 다니며 뉴스거리를 찾아 헤맨다. 입사 3년 차. 신방과를 졸업해 꿈에 그리던 기자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우리 회사를 비롯해 많은 기자들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기자로서 기자를 두둔하자면 어려운 내적, 외적 여건 속에서도 일부 양심 있는 기자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분명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욕을 먹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직업이고,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할 사람들이니까.
 
 기자가 되고 싶었고, 운이 좋아 ‘기자질’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취업 이후에 대해선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단 들어만 오면 막연히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냥 기자가 아닌 ‘훌륭한 기자’가 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의지와 노력을 필요로 했다. 단지 기자에 국한되는 이야긴 아닐 거다. 취업의 기쁨에 젖어 적당한 열정으로 회사 생활을 한다면 3년 정도는 그냥 순식간이다. 해보니 그렇다.
그래서 요즘 나는 ‘너 말고 다른 사람이 기자 됐으면 더 잘했을 거야’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취업 이전의 열정을 되새김질하며 또다시 새벽 경찰서 문을 두드린다.
 
강나루 동문
KBS 보도국 사회부 기자
신문방송학부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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