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랑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기자는 이번학기 여론부장이라는 과분한 자리에 앉아 중앙대 이모저모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새 코너를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지난 여름방학. 아이디어와의 긴 싸움을 하던 내게 “중앙대 학생들의 취미생활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라던 후배기자의 한마디가 들려왔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이거다!”
 
 기자에게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아직도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얼마 전에도 수업과제로 써야 했던 자기소개서 앞에서 쩔쩔맨 기억이 난다. 취미를 적으라는 것이다. 별거 아닌 일에 고민하다 결국 답해놓은 것은 영화 보기, 음악 감상, 드라마 보기. 몇 년째 변하지 않고 있으니 제일 만만한 취미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상한 건가 싶어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역시나 음악 감상이다. 간단한 구두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친구들이 적어도 한번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친구는 없는지 기자는 중앙대 학생들의 취미생활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여론면에 있는 <스쿨오브 樂>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취미를 꾸준히 즐기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코너를 만들고 나니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과연 그런 친구들이 있긴 할까? 
 
 코너에 부합하는 학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중대신문 계정 페이스북에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글도 올려보고, 기자의 주변 친구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딱히 별다른 취미가 없어”였다. 요즘 대학생들에겐 학점관리 하랴, 스펙관리 하랴 24시간이 모자라다. 이 와중에 취미라니. 배부른 소리 같아 보였다. 기자 역시 신문사를 핑계로 취미를 가질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탐색 결과, 24시간이 모자라도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탱고, 스킨스쿠버, 바둑 등. 모두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일들이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병행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이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시간을 쏟는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삶에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10대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고 20대엔 스펙과 학점을 관리하느라, 토익 점수를 높이느라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88만원세대, 표백세대 등 20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담론이 쏟아지는 사회에서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불안감을 안기는 일일 수 있다. 취미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남들보다 뒤쳐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취미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좋아서 즐겨 하는 일이면 된다. 기자도 이번학기부터 취미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여유롭지는 않겠지만 나만의 취미를 만들고 싶어졌다. 앞으로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취미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음악 감상’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중대신문은 다양한 취미를 가진 중앙대 학생들을 앞으로도 계속 만나볼 예정이다. 혹시 자신의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싶다면 중대신문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많은 학생들이 <스쿨오브 樂>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본다.
 
임기원
여론부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