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연대는 매년 5월 1일을 알바데이로 지정했다. 사진제공 알바연대

생계전선 뛰어든 대학생,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가 문제
나가는 돈 줄이고 들어오는 돈 늘리는 게 해결책

 

청년노동단체 활동가를 만나다
  누구나 기회비용을 치른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젊은 나날을 보냈다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공부·취미생활·연애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잠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은 연애보다, 잠보다 아르바이트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총 149명의 학생 중 아르바이트 자체에 가치를 둔 학생은 9%에 불과했다. 그들은 취업·자기계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반면 69%의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는 가치가 아니라 생활비와 등록금이라는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대학생들이 가치가 아니라 생계를 쫓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청년유니온 기획팀 김민수 팀장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사회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높은 등록금에 자취생이라면 주거비까지 감당해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대학생은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민수 팀장은 “대학생과 아르바이트를 연관 짓는 가장 중요한 맥락은 학자금이다”며 “대학생들은 부모님께 죄송하니 생활비라도 벌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응한 몇몇 학생들은 “생활비를 부모님께 의존하는 게 부담스럽다”, “20살이 넘으면 용돈을 받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했다”고 말했다. 독재정권 시기에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서는 것이 대학생이 떠맡은 과제였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인 지금은 아르바이트 현장에 나가 생활비라도 벌어오는 것으로 과제가 바뀐 듯하다. ‘다른 건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는 부모들의 말은 등록금 1,000만 원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공부만 하는 대학생은 불효자가 됐다.

  알바연대 대학생사업팀 용혜인 팀장(24·경희대) 역시 높은 등록금과 주거비가 ‘알바 노동자’를 양산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용돈을 버는 차원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이다. 용혜인 팀장은 높은 등록금·주거비와 더불어 낮은 시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정도의 여건은 마련돼야 한다”며 “하지만 최저임금이 4,860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대학생이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현장에 뛰어들게 된 데 대한 구조적 해결책은 등록금과 주거비를 낮추는 것으로 귀결됐다. 김민수 팀장은 “우선으로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숙사를 늘리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거비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팀장은 최저임금을 10,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등록금과 주거비를 낮추는 것과 더불어 아르바이트를 통해 버는 돈을 늘리자는 것이다. 알바연대는 지난 1월 출범과 동시에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용혜인 팀장은 “최저임금 10,000원은 한국과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들과 비교할 때 가능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형 프렌차이즈 본사가 지점의 수익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구조도 최저임금 인상의 방해요인이다”며 “기업들이 더 큰 비용을 부담하도록 압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당한 몫을 가져가는 것. 김민수 팀장이 대학생 개개인을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말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등 법정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지금의 한국사회는 근본적으로 분배 정의부터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대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는 등록금·주거비·생활비에 비해 한없이 적기만 한 아르바이트 임금이 정당하지 않다는 말로 이해됐다.

  용혜인 팀장은 20대를 알바생으로 살게 하는 것은 ‘불안정함’이라고 말했다. “386세대와 달리 지금 세대는 입학하자마자 열심히 학점 따고 스펙 쌓아도 취업하기 어려워요. 모든 게 불안정하죠. 아르바이트는 그 불안정함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직장도 불안하니 생활비라도 벌겠다는 학생들과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그의 설명은 타당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