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가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하나의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한다면 정확히 똑같은 양으로 잘라 먹으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중 배가 너무 고픈 사람과 배가 덜 고픈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장학금을 나누는 일,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누구에게 줄 것인가, 얼마나 줄 것인가, 어떻게 줄 것인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모든 학생이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하니 장학금을 둘러싼 논쟁은 식을 줄 모릅니다. 

13,000여 명의 중앙대 학생들이 모두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만, 피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주위로 눈을 돌려봤습니다. 다른 대학은 어떻게 장학금을 나누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중앙대와 가장 유사한 서울 시내 소재의 대학을 중심으로, 만 명 이상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 사립대학들을 조사했습니다. 조사를 시행한 학교들은 13개 대학이었습니다. 이 중 7개 대학이 이미 교내장학금 중에서 가계곤란장학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학교들도 가계곤란장학금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였습니다. 
 
더불어 장학금 수혜 당사자인 중앙대 학생들은 교내장학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346명의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설문 결과, 많은 학생이 가계곤란장학금의 확대에 공감하고 있었고 이 중 적지 않은 학생들이 성적장학금 축소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성적장학금의 축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성적장학금이 줄어드는 것이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학생은 성적장학금을 받아야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성적장학금은 좋은 성적을 거둔 뒤에야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주목한 사실은 이것입니다. 공부를 하고 나서 보상의 의미로 받는 장학금보다 공부를 하기에 앞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학금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픈데 공부를 다 하고 나서 먹는 파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파이의 크기를 늘릴 방법도 강구해야겠지만 지금 해야 할 것은 누구에게 파이가 가장 필요한지 파악하고 파이를 배분하는 일입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