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알바 체험기
 
3번만 방문에 10만 원
변해버린 돈벌이 풍토
육체 자체가 수단
 
 
4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제품을 바르고 2주에 한 번씩 총 3회 방문한다. 방문일에는 세안한 뒤 안면 사진을 찍는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10만 원을 받는다. 30분 실험쥐가 되어주면 10만 원. 당신이라면 실험쥐가 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기자는 지난달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를 통해 여드름 피부용 제품의 임상시험 알바를 하게 됐다. 무엇 때문에 대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임상시험 알바에 참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떡하느냐며 만류하던 부모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지난달 20일 분당에 위치한 연구소에 처음 방문했다. 블루미르홀에 사는 기자가 연구소를 한 번 오가는 데 걸린 시간은 총 3시간이었다. 교통비로 3,200원을 썼으니 3회 방문하면 9시간에 9,600원을 소요하게 된다. 10만 원에서 교통비를 제외해도 시급으로 따지면 10,044. 이동시간과 교통비까지 고려해 시급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두 배가 넘는 높은 시급이었다.
 
연구소는 임상시험만 대행해주는 곳이었다. 임상시험 조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얼떨결에 내용을 숙지했다는 동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났을 시 피해보상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기자는 연구소 직원에게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부작용 사례는 거의 없지만, 여드름약을 바르고 피부가 뒤집어져 시험을 중도 포기한 사례가 있긴 하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참가하느냐는 질문에 직원은 그렇다고 했다. 기자는 세안을 한 후 안면 사진을 찍고 제품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의미심장한 마음으로 제품을 발라봤지만 우려한 만큼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비용을 다 고려해도 10,044원이나 되는 높은 시급에 부작용도 없으니 이상적인 알바였다. 기회만 되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화장품 임상시험에 참여한 기자와는 달리 약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에 참여한 학생도 있었다. 신약의 안전성·유효성·부작용을 알아내는 임상시험과 달리 생동성 시험은 복제약이 기존 약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예술대에 재학 중인 박승주 학생(가명)은 지난 6월 당뇨병약 생동성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 23일간 두 차례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본래 투여량에 1/10 수준이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동의서에 서명했다. 박승주 학생이 참가한 생동성 시험은 적정 투여량의 1/10 수준의 당뇨병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채혈하며 부작용 여부를 알아내는 시험이었다.
 
그가 생동성 시험에 참여한 이유는 단기간에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는 마침 방학이니까 여행경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동성 시험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참가비로 38만 원을 받았다.
 
그는 생동성 시험 알바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박승주 학생은 주변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직접 해보니 위험하다는 걸 느끼진 못했다병원 시설도 좋았고 약 먹고 채혈하는 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이어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알바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건강한 몸만 있다면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방학이 되면 많은 대학생이 임상시험 알바에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자나 박승주 학생이 딱히 불구덩이에 몸을 내던진 것도 아니었다. 임상시험에 대해 손의동 교수(약학부)부작용은 나타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생이 많이 하게 되는 생동성 시험과 1상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피험자의 병력 여부와 건강상태를 사전에 검증해 건강한 사람에게만 실시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해버린 돈벌이 풍토는 낯설었다. 기자가 느낀 임상시험 알바는 육체적 노력이 아닌 육체 그 자체를 내던져 돈을 벌려는 시도였다. 높은 참가비에 혹해 부작용 여부를 알아내는 시험대에 스스로 올라간 자주적인 실험쥐였다.
 
‘No animal testing.’ (동물실험은 하지 않음.) 임상시험 알바를 하며 기자가 받은 제품에 쓰인 문구다. 기자는 이 문구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무서우니 곧바로 인체를 대상으로 시험하겠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동물에게 느끼는 연민의 감정은 알바생에게까지 미치지는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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