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③ 2013학년도 한 대학의 자기소개서 견본.
  

  불법 자소서 알바

 
고학력 불법 아르바이트의 달콤한 유혹
자소서 첨삭부터 대필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
시간대비 높은 보수에 벗어날 수 없다
  
 
글은 사람의 얼굴이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예부터 다른 사람의 글을 훔치거나 대신 써주는 사람이 멸시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자신이 쓴 글로 남을 소개하는 일이 등장했다. 대학에서 입시서류로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요구하면서 고학력을 이용한 불법 아르바이트가 나타난 것이다. 자소서 전문 알바라 해도 얼마나 대신해주느냐에 따라 종류는 다양하다. 자소서를 통째로써주는 대필부터 수험생이 쓴 개요를 바탕으로 살짝손 봐주는 정도까지 가지각색이다.
 
 
올해 다빈치형 인재로 입학해 사회대에 재학 중인 김민희 학생(가명)은 고3 시절 과외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자소서 대필을 맡기란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 자소서를 썼다는 이유였다. 대학에 합격하자 선생님은 큰돈을 만질 수 있다며 자소서 대필을 제안했다. 김민희 학생은 올해 5월 알바를 시작했다. 수험생의 생활기록부를 받아 읽고 상담을 거쳐 자소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한 학생의 3개 대학 자소서를 써줬다. 자소서 알바가 정당치 않은 일이란 것을 알면서도 김민희 학생이 대필하는 이유는 다른 알바에 비해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그가 자소서 대필을 해 준 대가로 받은 돈은 총 270만 원이다.
 
 
고학력을 이용한 불법 알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입시생의 활동내용을 꾸며내는 알바도 있다는 것. 김민희 학생은 대학생에게 부탁해 대신 스펙을 만들고 특허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활동대행 알바는 수험생이 이과인 경우엔 발명품을 대신 만들어 주거나, 문과인 경우엔 논문을 대신 써주는 식이다.
 
 
자소서를 고쳐주는 과외도 타인의 손을 거친다는 점에서 불법이다. 올해 기회균등 전형으로 입학해 사회대에 재학 중인 박수진 학생(가명)은 지난 7월 과외를 시작했다. 주요활동을 고르고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첨삭하는 알바다. 학생이 자소서를 써오면 입학사정관이 봤을 때 깔끔한 문체로 고쳤다. 1차 합격에 대비해 면접 준비도 담당했다. 박수진 학생은 입학사정관제 과외를 하는 선배에게 이러한 종류의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선배를 따라 수험생이 많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 과외 학생 모집 글을 올렸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4명의 학생을 맡기에 이르렀다. 박수진 학생은 이쪽 일은 입소문이 나면 수험생이 확 몰린다고 말했다. 박수진 학생이 불법 알바를 하는 이유도 김민희 학생과 다르지 않다. 매주 1회씩 일해 한 달에 40만 원을 받거나 매주 2회씩 일해 한 달에 80만 원을 받는다. 다른 알바와 비교했을 때 시간대비 보수가 월등히 높다.
 
 
온라인 카페에서 자소서 알바를 구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박수진 학생이 글을 올렸다는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봤다. 서류 제출 시기를 맞아 과외 모집 글로 북적이고 있었다. 검색어를 중앙대로 설정해 과외 모집 중인 중앙대 학생을 찾아 수험생인 양 전화를 걸었다. 사회대에 재학 중인 12학번 황정민(가명) 학생이 전화를 받았다. 황정민 학생은 수험생이 자소서 초안을 보내면 문맥을 고쳐주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망설이는 척 운을 떼자 다 써주는 것은 아니나 개요만 써오면 어느 정도는 써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대가로 황정민 학생은 매 달 30만 원을 받고 있었다.
 
 
자소서 알바를 하고 있지만 김민희 학생과 박수진 학생은 고학력 불법 알바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소서 대필이나 첨삭은 학생의 자기 주도적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학생은 자소서 알바가 합법적인 알바가 아님을 알면서도 이 일을 놓을 수 없다. 다른 알바와 비교했을 때 시간 대비 보수가 높다는 현실이 학생들의 발목을 꽉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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