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강남역 일대. 유흥가의 거리는 네온사인과 함께 찬란하게 빛난다.

 

  지난주 심층기획부는 최저임금 4,860원에 치이는 대학생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더 가혹한 현실은 기사 밖에 있었다. 최저임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수두룩한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의 실제 평균 시급은 고작 4,000원으로 집계됐다. 티끌 모아 태산 지으라는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 모아 생활비·등록금을 마련하는 대학생들의 한숨은 날마다 깊어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히 대학생들의 시선은 고소득을 찾아 헤맨다. 방학을 이용해 먼 지방의 공장으로 떠나는 ‘공돌이’들이 속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얼마나 더 주느냐’에 있다. 고소득 아르바이트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들 준비가 된 대학생들. 그래서일까. 이 점을 노리는 나쁜 손들이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번주는 고소득 아르바이트를 찾아 검은 돈에 빠져드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한다. 유흥가의 불빛을 밝히는 접대부가 되거나, 때로는 학력을 이용해 불법 아르바이트를 알선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임상시험에 뛰어드는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이 위험천만한 아르바이트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이는 모두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대학생들의 아우성 바로 그 자체다.

  남성 접대부가 된 대학생

 
높은 수익에 이끌려 접대 아르바이트
단기간 목돈 벌 수 있어 그만두기 꺼리기도
몸보다 정신이 힘든 일손님이 욕해도 참아야
 
, 3선수단입장합니다. 웃긴 놈이 좋으면 1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한 장면. 여성 손님들이 자리한 룸에 다섯 명의 선수들이 입장한다. 선수란 이 업계에서 남성 접대부를 칭하는 은어다. 극 중 하정우가 분한 역할은 호스트바의 실장. 실장은 룸 형식의 호스트바에서 손님들의 초이스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공사, 슈킹, 보도 등 온갖 은어가 난무하는 밤의 거리에 낯익은 얼굴들이 활보하기 시작했다. 주요 유흥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접대 업소에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는 것이다. 높은 하이힐과 각 잡힌 정장 바지가 걸음을 재촉하는 거리, 대학생들은 어느새 이 구역의 손님이 아닌 주인(host)’이 되어 있었다.
 
심층기획부는 작년 강남역 인근의 호스트바에서 남성 접대부로 일한 경력이 있는 박찬민 학생(인문대·가명)을 만났다. 박찬민 학생이 검은돈을 쥐게 된 계기는 지극히 우연이었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에서 평범한 바(bar) 서빙 아르바이트를 찾았어요. 그곳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제의를 받게 됐죠.” 면접을 보러온 그를 눈여겨본 면접관이 귀띔을 해주었다. 바 알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단순한 서빙이요, 하나는 접대라는 것이다. 박찬민 학생은 그렇게 선수가 됐다.
 
그가 선뜻 접대 일에 뛰어든 것은 높은 소득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초이스가 되면 1시간 기준으로 소득을 계산해요. 제가 일한 곳에선 35천 원이 선수 비용이었죠.” 하지만 그중 1만 원은 실장이 떼어갔다. 일종의 중개 비용인 셈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받는 돈은 시간당 25천 원. 만일 초이스가 되지 못하면 수입은 없다. 그럼에도 박찬민 학생은 가만히 앉아서 술 따르고 말 붙이는 것치고는몸 편한 일자리였다고 말했다. “고깃집 서빙만 해도 얼마나 많이 움직여요. 시급은 시급대로 낮고. 이 일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받아도 몸은 편하거든요.” 날마다 벌어들이는 소득은 10~20만 원 정도. 박찬민 학생은 이 정도 금액은 못 받는 날에 속한다고 했다. 날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게 20만 원을 뛰어넘는다고 덧붙였다.
 
박찬민 학생의 경우처럼 접대 아르바이트는 대게 지인의 소개로 접하게 된다. 연줄 없이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호스트바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실장의 전화번호를 통한다. 친구를 꼬드겨 데려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모여든 이들은 대게 스물넷, 스물다섯의 청년들. 게 중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발을 들인 사람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수입이 워낙 크다 보니 호스트바를 대체할 아르바이트를 찾기 어렵다는 것. 단기간에 목돈 벌기 좋은데다가 출퇴근도 자유로운 편이라 굳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않는다.
 
▲ ② 논현동 부근의 헤어숍 거리. 남성 접대부들을 주고객으로 한다. 접대부를 픽업해가는 '콜'이 서 있다.

강남역, 논현 일대의 유흥가는 밤 10시 즈음 활기를 찾는다. 선수들의 활동 시간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선수들은 출근 전 논현동 일대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헤어스타일을 손질한다. 논현동 일대엔 스프레이를 잔뜩 뿌린 머리에 유독 희번득한 얼굴의 남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대게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이른바 논현동 스타일이라 불린단다. 논현동 부근에는 이러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헤어숍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이렇게 헤어 드라이, 메이크업을 받는 데 들이는 비용은 하루에 2만 원 정도. 외모관리 비용은 철저히 사비로 해결한다. 접대할 때 입는 옷 역시 스스로 갖춰야 한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 속 하정우가 옷 돌려 입고 향수 돌려 뿌리지 말고 자신한테 투자해!”라고 윽박지르는 모습 그대로다. 공들여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초이스 되지 못한다. 한껏 단장한 선수들은 외제차를 타고 호스트바에 출근한다. 이렇게 호화로운 밤을 보내다 보니 선수들의 씀씀이는 자연히 커진다. 박찬민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이 일 하기 전에는 택시도 쉽게 못 탔어요. 그런데 바에서 일하다 보니 확실히 통이 커지긴 하더라고요.” 선수들 중에서는 커진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호스트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일은 초이스를 받은 뒤부터 시작된다. 파트너의 맘에 들지 못할 경우 뺀지를 먹기도(거부당함을 뜻하는 은어)’ 하는데 어차피 보수는 시간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리끼리 아다리가 안 맞는다고 하는데, 유독 진상손님들만 받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땐 한 시간만 때우자는 생각으로 버텨요.”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 감내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손님이 욕을 해도 참아야 해요. 무엇보다 손님 기분을 다 맞춰줘야 하는 게 가장 힘들죠.”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술을 따르는 만큼 마시기도 해야 하는 일이라 건강이 상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호스트바는 값비싼 양주를 주로 취급하다보니 손님을 잘못 만날 경우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진상손님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손님이 바로 술진상인데, 다름 아닌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술을 권하는 손님을 일컫는다. 선수들은 여러 룸을 돌아다니며 손님을 접대해야 해 최대한 음주는 자제해야 하지만, 진상손님을 만날 경우엔 방도가 없다. 박찬민 학생은 손님을 접대하다 폭음한 탓에 다음날 완전히 뻗어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은밀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본 그는 스스로도 이런 일에 발을 들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부모님 몰래 호스트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험한 꼴도 숱하게 봤다. 호스트바의 손님 중 대부분이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아가씨(여성 접대부)’라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위험한 일을 겪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충분히 퇴폐적인 직업이긴 하죠.” 목요일 밤 찾아간 강남역 거리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을 한 여대생들이 뿌리는 전단으로 얼룩진 바닥, 일렬로 줄을 서 손님을 맞이하는 남성 접대부들. 그곳은 더이상 어른의 세계가 아니었다. 우리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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