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나라 학생이 홈스테이했던 마이애미에서의 방. 사진제공 강나라 학생
 
  누군가 내게 미국생활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눈 똑바로 뜨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 그리고 두 가지를 조심해라. 돈, 그리고 여권.”
 
  마이애미에서 지낸 지 3주쯤 되었으려나. 어느 정도 미국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조금 더 저렴한 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600불짜리 홈스테이를 구할 수 있었다. 집 주인은 내게 네 달 치 집값을 한 번에 지불하길 원했고 나도 한 달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해 흔쾌히 2400불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것이 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이애미는 아름다운 해변과 야자나무의 도시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베짱이 생활 넉 달째에 접어드니 몸이 근질근질하고 하루하루가 따분해 견딜 수가 없었다. 동부에서 계획한 기간 중 마지막 한 달은 다른 도시에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내 머릿속을 스친 건 바로 ‘집값!’
 
  미국인들은 대게 저축을 하지 않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집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600불을 돌려달라고 하니 자기는 돈이 없단다. 게다가 600불 얘기를 꺼낸 뒤로는 나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결국 마이애미를 떠나는 날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누굴 탓하랴. 은행에 가기 귀찮아 2400불을 한 번에 다 지불한 내 잘못이지. 며칠 동안은 잠이 오지 않았지만 미국을 알아가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
 
  머지않아 눈뜨고 코를 베이는 일이 또 한 번 발생했다. 얼마 전 보증금을 내고 방을 2달 정도 렌트했었다. 어차피 보증금이니 나갈 때 돌려받으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수중에 들어온 돈은 200불 중 80불 뿐이었다. 이유는 기물파손과 청소비. 집주인은 식탁 균형이 안 맞고 집이 상당히 더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식탁도 멀쩡했고 청소도 깨끗이 했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었기에 고스란히 120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증금을 100% 돌려받기는 굉장히 힘들다. 건물주들은 대게 위와 같은 이유로 적게는 몇 십 불에서 많게는 백 불 단위까지 빼고 송금해주기도 한다. 유학생들은 집 계약이 만료된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귀국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욱 흔하다.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기 위해선 집에 들어가는 날과 집에서 나오는 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증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방을 ‘서블렛(잠시 다른 사람 명의의 집을 빌려 사용하는 것)’ 하는 것을 추천한다. 120불 주고 산 또 하나의 팁이다.
 
  돈도 돈이지만, 유학생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건 따로 있다. 바로 여권. 이건 같은 학원에 다니던 한국인언니의 이야기다. 마이애미의 밤 문화에 흠뻑 젖어 있던 그 언니는 여권과 지갑, 휴대폰을 넣은 가방을 테이블에 놓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한참을 즐기다 테이블을 보니 가방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갑과 핸드폰은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바로 여권이었다.
 
  플로리다주 전체를 통틀어도 한국 영사관은 없었고 애틀랜타까지 가서 재발급을 받는다고 해도 비자가 문제였다. 미국에선 학생비자를 재발급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주에서 연수를 이어가려던 언니의 계획은 여권을 분실함과 동시에 물거품이 되었고 결국 한국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술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라 술집이나 클럽에서 굉장히 엄격하게 신분증을 요구하는데 이런 곳에 갈 때마다 여권을 들고 갈 순 없는 노릇. 이럴 땐 미국 운전면허증을 만들면 된다. 주 별로 다르지만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다면 미국 운전면허증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그 언니의 여권 분실사고 이후로 학원 전체에 여권 주의보(?)가 떨어졌고 덕분에 난 매일매일 여권의 안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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