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영진 기자

  Yes썰’을 기획하며
  이번학기 문화출판면에서는 출판면과 팟캐스트 ‘YES썰’을 운영합니다. 중대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공유하려합니다. 그중에서도 팟캐스트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중대생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그 처음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좋아하는 ‘치킨’과 함께했습니다. 다소 가벼울 수도,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진지하기 그지없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 그 시작을 조심스레 알릴까합니다

  이쯤 되면 우릴 닭 박사라 불러다오. 국내산 44사이즈 토종닭부터 브라질산 77사이즈 거대닭까지 꿰뚫는 매의 눈! 닭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그들이 YES썰의 첫 문을 두드렸다. 수십 년간 축적해온 내공으로 이젠 눈감고도 원산지를 찾는다는 닭 박사들. 치킨 앞에서만큼은 깐깐해지는 괴짜스러운 그들의 닭 사랑을 파헤쳐보자.

 

 

  -치킨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성업 치킨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알다시피 닭은 다른 가축들에 비해 빨리 성장하지 않나. 그리고 치킨과 나의 사이를 말하자면 내게 치킨은 이슬람교도들의 알라신과 같은 존재다. 바로 치느님!
  지원 치킨이 들어간 요리는 가리지 않는다. 치킨버거부터 시작해서 치킨샐러드, 치킨볶음밥 등.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치킨을 먹을 때면 항상 심리적인 위안을 받는다. 한마디로 내 마음의 고향이랄까.(웃음) 
  동준 치킨은 내 인생의 동반자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밤하늘의 달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애써 먼저 다가서려고 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그런 존재 말이다.
 

  -자신을 치킨광이라고 말할 수 있나.
  동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틈만 나면 먹는 음식이 치킨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땐 일주일에 4번 이상 꼭 치킨을 먹었다. 그때마다 주변 친구들이 질리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지원 동준씨는 보통사람이다. 내가 진짜 치킨마니아다. 지금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이상은 치킨을 먹는다. 사정만 풍족하다면 일주일에 4번까지 가능하다. 어쩔 땐 세끼 다 먹는다.
  성업 치킨광? 꼭 많이 먹는다고 해서 마니아라고 칭하기엔 모호하지 않나 싶다. 나는 앞의 두 명과 좋아하는 방식이 다르다. 프렌차이즈보다 개인이 손수 만드는 치킨집을 선호하고, 외국산으로 만든 순살 치킨은 먹지 않으며, 치킨에 대한 문화나 역사에 대해도 관심 있게 공부한다. 이게 마니아의 자세가 아닌가!

  -닭이 좋은 건가. 치킨이라서 좋은 건가.
  지원
닭을 좋아한다. 하지만 기름에 튀겨서 좋아하는 점도 분명 있다. 닭다리에서 좔좔 흐르는 기름기와 속살 그 야들야들함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동준 닭이 여자라면 치킨은 예쁜 거다. 이왕이면 예쁜 여자가 좋지 않나.(웃음)
 

  -치킨에도 양념파가 있고 후라이드파가 있다. 둘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나.
  성업 치킨은 변화무쌍하다. 양념과 후라이드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동준 후라이드를 좋아한다. 일단 양념치킨은 끈적끈적하고 겉치레가 많다. 후라이드는 치킨 본연의 맛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어 진국이다.
  지원 치킨하면 후라이드다. 뒷맛이 고소하다. 양념치킨은 먹다 보면 눅눅해질 때가 있다. 튀김옷이 양념에 절여져 있으니까 바삭바삭한 식감이 없어진다.


  -닭의 날개, 몸통, 다리, 목 등 여러 가지 부위 중 어느 곳이 맛있나.

  동준 치킨을 먹을 때마다 날개를 찾는다. 퍽퍽한 가슴살을 먹다가 날개를 먹으면 얇고 바삭하게 튀겨진 껍질과 살점, 그리고 살점 사이사이 낀 기름기의 조화가 꿀맛이다.
  성업 닭의 허벅다리부터 시작해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은밀하다. 특히나 이 부분에서만 촉촉한 식감의 닭고기를 맛볼 수 있다. 
  지원 닭다리는 무조건 다 내꺼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독보적이다. 날개? 날개는 굳이 찾아서 먹지 않는다. 살이 별로 없어서.(웃음)


  -치킨 주문 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지원 양보다 질이다. 양이 적으면 두 마리 시키면 된다. 그런데 싼 맛에 맛없는 치킨을 먹으면 곤란할 때가 많다. 감히 치느님을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동준 그때그때 다르다. 혼자 먹을 경우 질을 택하고 2인 이상이면 양을 택한다.


  -양과 질 말고 다른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성업 콜라를 좋아하다 보니 콜라 사이즈를 고를 때 갈등하는 정도? 닭의 양과 콜라의 양이 비례해야 하기 때문이니 말이다.
  동준 솔직히 말하면 늘 먹고는 싶은데 돈이 없으니 고민이다.
  지원 파닭은 워낙 좋아하니 파닭 외 치킨 종류를 주문할 때 고민이다. 보통 간장과 마늘 이 둘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건 마치 짜장면과 짬뽕의 수준이다. 치킨을 직급에 비유하면 파닭은 왕이고 간장과 마늘은 좌의정이냐 우의정이냐다. 여기서 잠깐. 후라이드는 항상 내 마음의 0번지라는 사실!


 

  -치킨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
  지원 엄마가 생각난다. 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자주 사주신다. 그래서인지 치킨을 볼 때마다 더욱 정감이 간다.
  동준 개인적으로 친구가 많이 생각난다. 치킨을 주로 같이 먹던 사이였는데, 곧 입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친구의 빈자리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앞서 들어보면 지원씨에겐 남들보다 치킨이 더 특별한 것 같다.
  지원 매주 토요일이 되면 밭일을 하러 가시는 부모님께서 식탁에 2만 원을 놓고 나가신다. 배고픈 자식들은 그 돈으로 치킨을 시켜먹었다. 이건 우리 집의 풍습이다. 우리 집의 전통문화라고 할까.(웃음) 어릴 적 부모님께선 치킨이 기름진 음식이라 사주시지 않으셨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너도 어른이다”며 치킨을 사주시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때부터 나와 치킨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닭을 펄펄 끓는 물속이 아닌 기름 속으로 투척한다는 것이 혁명이었다.
 

  -치킨과 최고의 궁합은 무엇인가.
  지원 뭐니 뭐니 해도 절인 무다. 하지만 치킨마니아가 남들 다 먹는 절인 무를 먹을 수 있나. 개인적으로 엄마가 만들어주신 숙성된 절인 양파랑 먹는다. 입안에서 닭들이 노니는 걸(비릿함) 잡아주는 데 환상의 궁합이다. 
  성업 역시 콜라지 않는가. 치킨의 사주팔자를 보면 콜라는 절대 빠질 수 없다. 치킨 한 입, 콜라 한 입. 이 조합 진짜 절묘하다. 그래서 늘 치킨의 양을 보고 콜라 사이즈를 선택한다.
  동준 절인 무는 초보용이다. 그 다음 중급용은 콜라다. 보통은 혼자서 먹을 때 콜라랑 많이 먹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치킨계의 고수는 맥주가 아닌가 싶다. 단, 물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목막힘을 버틸 줄 알아야 치킨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또 치맥(치킨과 맥주)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동준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이랄까. 치킨공주와 맥주왕자의 만남을 두고 뭐라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 따지고 보면 혼자서는 주로 콜라와 함께 먹는 편이지만 맥주가 끌릴 땐 친구를 부른다.
  지원 나도 비슷하다. 맥주는 혼자 먹기 조금 그래서 친구와 함께 먹는다. 단, 계산은 확실히 한다.
 

  -맛있게 먹는 자신만의  방법은.
  동준
후라이드 치킨을 맨밥이랑 먹는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하자. 당신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분위기로 따지자면 영화를 보면서 먹는 걸 추천한다. 적막감도 없애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지원 퍽퍽한 살은 그 날 꼭 먹어야 한다. 다음날 퍽퍽한 살을 만났을 때 그 목막힘! 벌써 목이 답답해진다. 짜증게이지 슬슬 올라간다.


  -치킨을 남겼을 때 버리나.
  동준 절대! 먹다 남은 치킨은 냉장고에 넣고 다음날 바로 꺼내먹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살짝 찬 기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치킨을 무작정 편의점 간편음식마냥 데워먹으려는 사람들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맛없다. 지금 당장 전자레인지 코드를 뽑아라.


  -치킨 먹을 때 상대편이 지켜줬으면 하는 매너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원 뼈에 붙어 있는 살코기는 다 발라먹어야 한다. 이 매너 지키는 사람 별로 없더라. 감히 우리 치느님의 하얀 속살을 비추다니! 여기서 더욱 중요한 점은 껍질을 벗겨 먹지 말아야 한다. 껍질을 벗겨 먹을 바엔 차라리 백숙을 먹어라.
  동준 퍽퍽한 살코기만 남기고 먹는 경우와 맛있게 먹지 않는 경우가 비매너다. 여기에 덧붙여 상대방과 닭을 먹는데 눈도 안 마주치고 흡입하는 행동. 이거 참 난처하기 그지없다.
  성업 그렇다. 우리 치느님과는 경건한 마음으로 마주 해야 한다.
 

 

  -다들 치킨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
  성업 얼마 전 인도여행에서 생긴 에피소드다. 여행하는 김에 입도 호강하자는 마음으로 고급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치킨마니아답게 한치의 망설임이 없이 칠리치킨을 주문했다. 곧이어 주문음식이 나오고 치킨 한 조각을 입안으로 넣는 순간. 웬걸, 머릿속이 아찔했다.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코끝으로 올라오는데 절대 닭고기가 아니었다. 육안으로 봐선 까마귀였다.(좌중폭소) 솔직히 아직도 그 조류의 정체가 뭔지는 정확히 모른다.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은 유난히도 온갖 새들이 푸드덕거린 날이었다.
  지원 대학에 붙은 날이었다. 한동안 웰빙을 고집하던 엄마는 내게 치킨, 피자, 햄버거를 아낌없이 쏘셨다. 그렇게 우리 집 식탁엔 치킨 세 마리, 피자 한 판, 햄버거 세 개가 덩그러니 놓였다. 엄마랑 나랑 단둘이서 뷔페식으로 패스트푸드를 양껏 먹었다. 
  동준 중학교 때부터 곧잘 혼자 치킨을 시켜먹었다. 어느 날은 치킨이 미친 듯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아버지 저금통까지 손을 댔다. 완전범죄인 줄 알았던 사건이 들통나서 혼났던 추억이 떠오른다.


  -건강을 위해 치킨을 줄일 생각이 없나.
  지원 이 질문을 받으니 꼭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주인공 같다. 한마디 하자면 절대 못 끊는다. 치킨은 마약이나 다름없다. 토요일 저녁 6시가 되면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저절로 치킨집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 무언가에 홀리듯 말이다. 사실 건강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먹지 않나.(웃음)
  동준 오히려 치킨을 먹고 살이 빠졌다. 기름진 음식이라 먹고 나면 꼭 운동을 했다.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오른다 싶으면 한강을 미친 듯이 뛴다.


  -마지막으로 흑석동 맛집 소개를 부탁한다면.
  성업
더 프라이팬도 괜찮다. 하지만 굉장한 맛을 지닌 치느님이 아직 흑석동 전역을 접수하진 못하셨다. 
  동준 쭈노치킨집을 추천하고 싶다. 프렌차이즈 업계에선 롯데리아 치킨이 괜찮다. 
  지원 바비큐보스는 치즈 불닭이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데 양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소스는 쭈노치킨에 비해서 더 낫다. 맛만 따지면 더 프라이팬도 입에 착착 감긴다. 아 배고파!

 

※ 보다 자세한 게스트들의 스토리가 궁금하시다고요? 아니면 냉철한 흑석동 맛집 분석에 대한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 지금 바로 팟캐스트 YES썰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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