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무릴로 학생.
 무릴로 도스 산토스 학생이 한국에 온 이유는 꽤 독특하다. 2012년,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교환학생을 고민하던 중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한국의 경제발전사에 매료돼 한국행을 결심한다. 누구보다 남다른 학구열을 가진 무릴로 학생.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제학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사실 지금도 진로를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진로 선택이 가능한 학문을 공부하고 싶었다. 경제학을 배우면 사회를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선택 가능한 진로의 범위도 다양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경제사에 매료돼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브라질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7,80년대에 고성장 경제발전을 시도했지만 양국의 경제발전 결과는 상반됐다. 브라질의 경우 미국 대기업을 끌어 들여 경제발전을 꾀하였다. 그러나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에 그침으로써 경제발전에 실패했다. 반면에 한국은 내수시장을 육성해 경제발전에 성공했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오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만큼 머나먼 브라질과 한국. 두 나라 사이의 거리 때문인지 문화적으로 차이나는 건 당연한 듯 보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릴로가 경험한 한국문화는 여러모로 독특했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하다.
“사실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기사들이 수시로 다가오더니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보더라. 처음엔 그런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생활을 하면서 한국인들이 남을 도와주는 모습에 인상이 바뀌게 된 것 같다. 한번은 버스를 탈 줄 몰라 헤매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한국인 모녀가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조금은 어색한 한국문화도 있을 것 같은데. 
“나이에 따라 수직적인 계급이 형성되는 것 같다. 특히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상당히 수직적이다. 브라질에선 교수와 학생이 지나가다가 서로 친구처럼 인사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개방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학생이 교수와 그런 관계를 갖기는 힘든 것 같다. 한국인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골을 넣으려다가 실수로 골키퍼를 공으로 강타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골키퍼가 교수더라. 나중에 학생들이 내게 와서 조금만 살살해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남미사회는 치안이 불안하다는데.
“한국의 치안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서 놀랐다. 브라질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상파울루에 있는 빈민촌에 가면 강도에게 털리거나 납치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치안은 전 세계에서 최고인 것 같다. 한 번은 새벽 4시에 길거리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살아생전 그런 안전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물론 브라질에서  밤에 큰일을 당한 적은 없었지만 여기선 그런 걱정을 전혀 안하게 된다. 다른 외국인 교환학생들에게도 한국의 치안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 친구들도 한국의 치안에 감탄하더라.(웃음)”
 
 흔히 브라질하면 떠오르는 것은 축구다. 무릴로 학생 역시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브라질 국민 중 한명이다. 축구를 향한 그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취미 그 이상이었다.           
 
 -브라질에서 축구란.
“축구는 종교다. 물론 모든 브라질 국민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최소한 응원하는 팀 정도는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상파울루에 연고를 둔 SC 코린티안스의 열혈 팬이다.”
 
 -브라질 프로리그가 유럽무대만큼 인기 있진 않은 것 같은데.
“축구 팬으로서 이런 현실이 항상 안타깝다. 유럽과 브라질 프로무대를 동시에 챙겨보는 입장으로서 솔직히 브라질의 몇몇 팀들이 프리미어리그의 중하위권 팀보다는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브라질 프로무대는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유럽이 브라질보다 시장이 훨씬 방대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브라질 클럽구단의 운영이 미숙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축구는 종교’라는 브라질에서 2014년 월드컵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 나라가 반정부 시위투쟁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무릴로 학생에게 현재 브라질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월드컵 유치를 반대하다니.
“현재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 유치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데서 국민들의 불만이 비롯된  것 같다. 국민들은 정부가 의무교육 등의 사회복지에 예산을 쓰기를 바라고 있는데 브라질 정부는 그런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불만은 거리에서 표출됐고 시위는 점차 반정부 폭력시위로 전개됐다. 이번 시위는 병든 브라질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준 예라고 생각한다.”   
 
 -시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사실 브라질 정부만 이번 시위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그동안 정치에 너무 무관심했다. 이번 시위를 통해 브라질 사람들의 불만이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발전 중이라는 의미로 이번 시위를 받아들이고 싶다.”
 
 무릴로 학생은 최소 6개월 이상 한국에 더 머무를 예정이다. 한국을 일찍 떠나야 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는 이번 겨울에 한국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반년 뒤 무릴로 학생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지난 6개월과 앞으로의 6개월이 그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국의 이것에 반하다
“한국인들의 따뜻함에 반했다.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에서 나처럼 외양이 완전 다른 사람이 오면 경계심을 갖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런 외국인을 발 벗고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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