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제55대 총학 선거가 무산된 뒤 약 5개월간 연석회의 체제로 대행됐던 우리학교 학생대표 자리에 지난 5월에서야 연장투표를 거쳐 비로소 총학이 들어섰다.
 
 단독선본 출마로, 최종투표율 51.02%, 찬성률 86.46%였다. 투표율 절반을 겨우 겨우 넘긴 것이다. ‘8년째 위기’라는 대학신문의 어느 칼럼 속 내용을 증명하듯 학생사회의 위기, 학생들의 무관심, 잊혀져가는 총학 등의 문구는 어쩌면 총학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문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 총학의 정체성이 무엇이든. 
 
 우리 신문도 늘 총학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총학이 겨우 당선되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사회의 위기’를 당연하다는 듯 담론으로 물고 늘어졌다. 학생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회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 구성원들의 노력과 같은 피상적이고 뻔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고, 시대의 흐름인 것만 같았다. 나이브하게도, 당연한 수순인줄로만 알았다. 
 
 당시 당선됐던 지금의 총학도 이러한 무거운 짐을 얹고 일을 시작했다.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어떻게 8년 동안 이어져왔던 무관심을 한 번에 되돌릴 수 있냐’는 냉소적인 태도들, 더러는 총학의 출범에 관심조차 없던 모습들이 내 기억 속에도 또렷이 남아 있다. 이런 무거운 짐덩이를 앉고서 지금의 우리학교 총학은 이렇듯 나태하고,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던 껍질을 조금씩 깨부수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총학은 학생의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의 오랜 불만사항을 빠르고 쉽게 해결해줬고 온라인공간에서 구성원과 소통을 활발히 하는 등 의견 개진을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전 총학생회가 학내사안보다는 학외에서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우거나 ‘당선 이후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고, 점차 여론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경전철 신림선 연장, 초빙교수 임용정보 공개, 국정원 사태 등에 대해 학내에서 의견개진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대학영어 초안지 문제 해결부터 정치적 사안에 대한 목소리에 힘 싣기까지. 정치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건 관계없이, 학생들의 요구에 누구보다 밀접하게 다가서서 그들의 요구를 모두 담아내려는 이들의 노력 자체는 학내 구성원으로서 참으로 칭찬할 만하다. 
 
 지금 총학은 본부와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둘러싸고 논의 중이다. 말 그대로 시흥시에 또 다른 서울대 캠퍼스를 구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다. 어떤 협상테이블에 놓여 있든, 학내 구성원들은 총학이 학생들의 요구를 잘 대변해줄 수 있다고 신뢰하는 듯하다. 이처럼 지속적인 총학의 노력으로 얻은 것은 총학에 대한 이미지의 변화다. 이대로라면 총학에 대한 지금의 신뢰로 더 나아가 감히 서울대 학생사회의 새로운 부흥기를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권민 편집국장
대학신문(서울대)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