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위기’를 이야기하노라면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습니다.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이제는 지겹기까지 한 그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거기다 ‘중대신문의 역할’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속에서 중대신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실 대학언론뿐 아니라 종이신문을 발간하고 있는 언론매체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신문이란, 빙하가 녹아내려가는 북극에서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북극곰을 연상시킵니다. 
 
 중대신문은 방학 내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중앙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를 말입니다. 단순히 보도기사를 내보내는 역할만으로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한데, 웬만큼의 변화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터닝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해지기로 했습니다. 이번학기부터는 중대신문이 먼저 독자여러분들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 니다. 학내문제를 중대신문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학기획’과 대학생들의 일상생활 속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시키고자 한 ‘심층기획’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태어났습니다. 중대신문이 던지는 의제로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지면의 변화가 조금은 파격적(?)이라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당장 14,15면만 보더라도 기존의 중대신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출판’면이 생겼으니 말입니다. 3주에 한 번씩 출판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고 따끈따끈한 신간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존 종이신문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시도를 해봤습니다. 대학언론으로는 최초로 팟캐스트와 지면을 결합한 코너를 준비 중입니다. 중앙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주제로 통쾌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다음호(1799호)에서 꼭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칼로 사람의 의지는 꺾을 수 있지만 마음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괜스레 제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거든요.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펜은 이미 녹슬었다”고 말입니다. 대학언론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을 지적하는 것일 겁니다. 대학언론이 처한 현실은 분명 위기입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믿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요. 변화하는 중대신문의 모습,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칭찬도 좋고 회초리를 드셔도 좋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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