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욱 학생은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위해 중앙대 후문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출근한다. 그곳에서 요리사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2년째다. 이젠 만들지 못하는 음식이 없다는 그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3년 반이 지났다. 요리실력 만큼이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한욱 학생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2년째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욱 학생.
  -한국어가 유창하다.
“고향에서 K-POP 가수들이 인기가 많아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한국어 공부는 한국에 오기 전 6개월 동안 독학했다. 2009년 한국에 온 후엔 어학당에서 한국어 2급부터 5급까지 공부했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 400m 달리기 선수였다. 처음엔 특기를 살려서 북경체육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실기 수상경력이 필요했지만 갑작스럽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북경체대 진학에 실패했다. 중국의 다른 학교에 지원할까 고민하던 중 외국 대학에 가면 외국어와 전공 학문까지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한국행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가고 싶었다. 고향인 산둥 반도는 한국과 비행기로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아마 지리적으로 한국이 제일 가깝지 않나 싶었다. 진로를 한중 무역 쪽으로 생각한 것도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전공 선택에서 ‘체육’과 ‘정치’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처음 중앙대로 왔을 땐 체육교육학과로의 진학을 계획했다. 그런데 중앙대 체육교육학과의 수업이 기대했던 실습 위주가 아닌 이론 위주의 수업이더라. 고민 끝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정치를 전공으로 택했다.”
 -한국어로 강의를 듣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 교재는 중국어 번역판을 찾으면 되지만 아무래도 외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보니 수업 자체를 전부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강의 중에 파워포인트가 없으면 난감할 때도 있었다.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울 땐 한국어 실력이 괜찮은 줄 알았는데 막상 수업을 들으니 다르더라.” 
 -학점은 어떠한가.
“사실 F학점도 몇 번 받아봤다.(웃음) 다행히 열심히 공부했던 학기의 평균 학점이 4.0점 이상이었던 적이 있어서 지금은 겨우 3.4점 정도로 평점평균을 맞춰 놓은 상태다.” 
 
언어적인 한계에 부딪혀 공부의 쓴맛을 봤던 한욱 학생은 노력 끝에 안정적인 유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제 그는 단순히 정치를 좋아하는 학생이 아닌 전문적인 정치지식을 갖춘 어엿한 ‘정치학도’가 됐다. 한욱 학생이 말하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적 차이가 있다면. 
“두 나라는 국가체제 자체가 다르다보니 정치문화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선 모든 국민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도 신기할 뿐이다. 중국인들은 투표용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중국정부는 통제가 심하다고 들었다. 
“중국정부는 상당히 강압적인 정책들을 펼친다. 인터넷 및 언론 통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중국정부에 조금이라도 반감을 표하는 뉴스나 기사는 절대로 보도될 수 없다. 그래서 자국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도 모르는 중국인들이 많다. 나 또한 한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의 천안문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에 와서야 인터넷을 통해 이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민들이 중국정부에 갖는 불만이 많을 것 같다. 
“중국인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은 많은데 표현의 자유가 없다보니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압적인 정책으로 인해 반정부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인터넷에 정부에 하고 싶은 글을 게시하면 자동 삭제된다. 의사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한국의 촛불시위는 중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더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나.
“올해나 내년 중으로 북한을 여행 차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한국의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회와 문화가 실제론 어떠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그리고 아르바이트까지. 다방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한욱 학생은 벌써 한국 생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몇몇 한국문화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를 놀라게 했던 한국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본인을 가장 놀라게 했던 한국문화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자전거랑 오토바이가 너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중국은 도로에서 전자자전거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많다. 나 또한 중국에서 학교를 다녔을 때 자전거를 매일 타고 다녔다. 그런데 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보통 운동하는 사람들이고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은 다 택배원이더라.(웃음) 중국인들에게 자전거는 대중교통인데 한국인들에겐 운동수단인 게 신기했다.”      
 -평상시엔 어떤 문화가 제일 독특하다고 느끼는가. 
“한국은 어디를 가든 카페가 있더라. 식사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한국과는 다르게 중국은 차를 마시는 문화가 굉장히 발달했다. 중국인들은 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그냥 차만 드신다.”  
 
한욱 학생은 인생에서 두 차례의 좌절을 맛봤다. 고등학생 시절 부상으로 북경체대 진학의 꿈을 포기한 것이 첫 번째라면 유학 생활 중 찾아온 언어적 한계가 그 두 번째 좌절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이젠 그의 생활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다른 나라에서도 매사에 유쾌하고 열정적인 한욱 학생의 모습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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