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자 끝이다. 부장으로서 시작이요, 중대신문 기자로서 끝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반을 몸담아온 중대신문에서의 기자생활도 이번 학기면 끝이 난다. 지금 그 끝의 시작에 서 있다. 기분이 참 묘하다.

 
  제갈량도 그랬을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전쟁터에 나가면서 황제에게 출사표를 올릴 때의 심정이 지금 필자가 가진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전쟁의 최고 지휘자로서의 책임감과 긴장감이 부담되진 않았을까. 제갈량은 그렇지 않았을지 몰라도 필자에겐 책임감과 긴장감이 바위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지난 7월 ‘부장은 안 할 거야’라며 생떼를 부리던 필자를 잡아준 동기들에게 고마워서, 마지막까지 해보고 싶어서 부장을 맡게 됐지만 그 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부장이 된 직후 갑자기 너무 큰 부담감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기자가 무엇인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길로 중앙도서관에 가서 ‘기자’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수많은 책 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기자인 리영희 선생의 평전을 읽었다. 다 읽은 건 아니지만 한 어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1인분의 역할.’ 진정한 기자로서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 자신은 1인분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니. 그의 겸손함에 감탄하면서도 기자 스스로의 역할에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1인분의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오지랖 넓게 몇 인분씩 해내려 과욕만 부린 것은 아닐까. 그동안 밥만 축내는 밥버러지는 아니었을까. 좋은 자식, 좋은 학생도 되지 못하면서 이번 학기에 기자로서 주어진 1인분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면 우선 그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으론 쓰고 싶은 기사와 지금까지 중대신문에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단지 수고를 덜어주는 정도의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학생은 공부하느라, 교수는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교직원들은 그들대로 할 일이 많았다. 이외에도 학내 구성원들 중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 있다.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미처 놓친 것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안 중 어떤 것을 말하고 보여줘야 할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 고민의 열쇠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한 선배가 말했다. “잘못된 건 비판하고 잘되고 있는 건 더욱 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라”고. 
 
  그렇다. 이제 지난 기자 생활동안 책임감으로 무능함을 숨기고 과오에 대한 용서와 이해를 바랐던 모습을 버릴 때다. 지금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판할 점과 도움을 줘야 할 점을 파악하고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타인의 역할에 충고하기 전 스스로의 역할을 반성하겠다. 전쟁터에 나가며 제갈량은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싸우기를 죽은 뒤에야 그만 둔다’며 출사표를 올렸다. 필자도 이러한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께 출사표를 올린다. 
 
김순영
대학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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