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인의 향기’ 속 여주인공처럼
  • 한영진 기자
  • 승인 2013.09.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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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파트너와 탱고를 추고있는 김윤희 학생
   

 

 충무로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 ‘Bahia blanca’라는 잔잔한 선율에 맞추어 남녀가 손을 마주 잡은 채 탱고를 추고 있다. 그중 유독 나이가 어려 보이는 그녀가 보인다. 사전 인터뷰 때의 수줍은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붉은 원피스의 그녀는 땅게라(탱고를 추는 여인) 김윤희 학생(광고홍보학과 2)이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영화 ‘여인의 향기’ 속 남자 주인공의 대사다. 대사와 함께 여자 주인공에게 탱고를 청하는 장면이 김윤희 학생에겐 아름답게 그려졌다. 작년 10월, 그녀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을 회복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침 그때 생각났던 것이 영화 ‘여인의 향기’ 속 대사였다. 그렇게 그녀는 탱고와 사랑에 빠졌다.
 
  탱고와의 첫 만남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음악 소리와 낯선 사람들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스튜디오 문 앞에 선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스튜디오 안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수강생은 부모님 세대의 4~50대가 대부분. 그녀의 또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이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김윤희 학생은 수강생의 대부분과 가깝게 지낼 정도로 스튜디오에 정을 붙이고 있다. 젊고 열정적인 그녀는 많은 땅게로(탱고를 추는 남자)의 매력적인 땅게라이기도 하다.
 
  사진 속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땅게로는 그녀의 남자친구다. 그는 군 입대 전에 배웠던 탱고의 매력을 잊기 못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둘은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자주 마주쳤고 함께 춤을 추는 일도 잦아졌다. 언제부터인가 둘 사이에는 묘한 사랑의 기류가 흘렀다.
 탱고는 스튜디오 밖에서도 계속된다. 기숙사에 살고 있지만 집에 가게 되는 날이면 집은 스튜디오가 되고 그녀는 춤 선생님이 된다. 수강생은 부모님이다. 딸의 권유로 시작한 탱고와 친해지기.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이 그녀의 열혈 수강생이다.
 
  탱고에서는 상대뿐 아니라 그와 발맞추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중요하다. 때문에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 매력 때문일까? 2개월만 배워보자던 탱고는 지금까지도 그녀와 함께하고 있다. 물론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운 탱고였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낸 그녀의 탱고는 더욱더 아름다워졌다.
 
  탱고에 푹 빠졌다고 해서 다른 활동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김윤희 학생은 학업에 있어서도 좋은 학점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봉사활동, 멘토링 활동 등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탱고에 쏟는 시간을 ‘시간의 일부를 사용했다’기 보다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할애되는 시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간다고 해도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는 그녀에게 취미생활은 학업에서 잠시 벗어나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쉼표다.
 
  어렸을 적, 놀이터는 처음 보는 친구와도 함께 놀며 쉽게 친해지곤 했던 곳이다. 탱고는 그녀에게 놀이터다. 스튜디오에 가서 다양한 파트너를 만나고 그들과 춤을 추며 교감하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놀이터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당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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