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서 언론의 정체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항상 유동적 정체성을 띤다. 대학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흔히 대학언론의 전성기라고 하는 1980년대가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는 없다. 물론 당시에 ‘편집자율권’과 같은 외형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조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일종의 대학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었던 셈인데, 이것은 당시 폭력적인 국가권력과 맞설 수 있었던 대학공동체의 힘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제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한국사회와 대학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대학사회에서 당연시하던 경쟁력과 효율성의 강화라는 말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지금은 한국 대학이 어디에 와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심각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시점이다. 먼저 중대신문은 대학의 기능과 역할, 나아가 중앙대가 어떤 방향과 계획을 만들어가야 할지 실질적인 논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국가정책과 경제, 노동, 대중문화 등이 동떨어져 있지 않고 상호 관련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신문이 살아남는 비결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학교 정보는 학교 홈페이지가 빠르고, 사회적 이슈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얻는다. 바로 그 사이에서 대학신문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가 쏟아지더라도 대중은 여전히 목마르다. 왜곡된 사실이 아니라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며,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맥락과 흐름을 잡아주는 통찰력 있는 목소리를 기대하고 있다.
권경우 동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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