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대신문’ 애독자이다. 빛나는 교외활동이나 무거운 교내보직을 맡지 않고 주로 연구실에 콕 박혀서 소일하는 내가 학교 주요소식과 일용할 식당메뉴를 알기위해 펼쳐보는 유일한 정보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심과 애정을 담아 이번 기회에 다소 거창하게 한국에서의 대학신문의 역사적 성격을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학은 담장 바깥의 권력이나 가치관에 종속된 변수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하나의 완결된 배움의 공동체이다. 그렇지만 대학의 존재이유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다툼과 내부집단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당대의 역사적 맥락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신문은 독재정권에서 세계화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를 청년의 패기찬 시각과 기백으로 기록하는데 동참했다. 좁은 지면과 제한된 독자라는 한계 속에서도 대학신문은 시대정신의 축소판이며 동시에 진보와 창조의 실험실인 대학사회의 안팎을 꼼꼼히 증언했다.
 
  눈길을 안으로 돌리면 역사 실록(實錄)으로서의 ‘중대신문’의 사명과 보람은 더 돋보인다. 우리 대학은 ‘식민-해방시대 교육계몽주의’와 ‘민주화시대 교육민족주의’라는 이름의 재단법인을 거쳐 지금 자유주의 시장경제 기업-대학이 주도하는 소통 없이 위에서 윽박지르는 개혁과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바람직한 교육과 연구방향에 대한 논쟁적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중대신문’이 있다. 불온하게 질문할 것인가 닥치고 그냥 받아 적을 것인가? 산술적 중립을 준수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올바르게’ 분노할 것인가? 그렇다. 건학1백주년을 향해 진격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의 ‘중대신문’에 새겨진 실명기사와 사진자료는 21세기 초반 이 땅의 대학들이 직면한 도전과 딜레마를 진단·심판하는 소중한 사료이다. 누가 감히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육영수 교수(역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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