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경인 학생이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학년은 책 읽는 것도 두렵다. 가벼운 책 한 권이라도 펼치면 주위에서 ‘취업준비는 다했니?’라는 식의 눈총이 따갑게 느껴진다. 일분일초라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설경인 학생(국어국문학과 4)은 조금 예외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한 학기,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시간 동안 무려 112권의 책을 독파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취업에 열을 낼 때 도서관 열람실 한편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마주했던 그녀를 만나봤다. 
 
 -4학년이면 학점관리나 취업 준비를 하느라 책 읽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은 늘 내게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4학년인데도 불구하고 빽빽한 강의 시간표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다 보니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지만 좀처럼 여유가 없을 것 같던 하루일과 중에서도 자연스레 자투리 시간이 나기마련이다. 내겐 이때가 바로 독서시간이다.” 
 
 -자투리 시간에 책을 찾는 이유가 있나.
 “새내기 때였던 것 같다. 그 당시 한창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팟캐스트란 매체도 붐을 이뤘다. 호기심이 생겨 듣게 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청취하면서 문학작품에 관심이 갔다. 얼떨결에 관심 밖이었던 독서란 취미를 갖다 보니 자투리 시간을 애용하게 됐다.” 
 
 -자신만의 베스트셀러를 꼽는다면.
 “대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준 책들을 꼽고 싶다. 입시를 치르고 나서도 경쟁 심리를 떨쳐버리지 못했던 내게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충격적이었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랄까.(웃음)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과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사회의 긍정성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을 보듬고 마인드컨트롤 하는 것이 우울증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제야 나는 ‘멈춤’을 잊은 채 대학 생활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과학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고교 시절 유쾌한 사회선생님 덕분에 국어보다 사회 과목을 더 좋아했다. 사회과학은 언뜻 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안은 꽤 분석적이고 역동적이다. 이점이 내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보니 사회와 맞물리는 진중한 느낌의 책이 좋았다. 물론 어려운 책만 찾는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히는 책들은 어려운 책을 읽을 때만큼 고민하지 않으니 손이 덜 간다.”  
 
 -무거운 책을 읽으면 지루하지 않나. 지루하면 책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호하게 한마디 하고 싶다. 포기해도 된다. 집착하지 마라. 부디 책을 잡으면 목차부터 마지막 페이지 마침표까지 꼭 읽어야 한다는 답답한 고정관념을 깨부숴라. 언젠가 이동진 평론가 강연회를 들을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책은 언제든지 읽다가 던져도 된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격하게 동의한다. 나 역시 무거운 책을 읽으면 쉽게 질린다. 이럴 땐 고민하지 않고 더 재미있고, 더 끌리는 책을 찾아 나선다. 두려움과 불편함을 안고 시작한 독서는 결코 유연한 사고를 낳지 못한다.”  
 
 -앞으로 어떤 분야의 책들을 파헤칠 계획인가.
 “한 장의 사진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데 비해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일단 도서관을 찾아가 예술 서적이 놓인 책장을 훑어보겠지만 의무감을 갖고 파헤칠 계획은 없다. 나는 언제든지 내 손끝이 이끄는 책 속 세상으로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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