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국내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총 7권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펴냄)를 펼친 저자 유홍준이 시리즈 연작을 발표했다.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총 두 권으로 그동안 한·일 관계의 주요 문제였던 역사를 문화적으로 접근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권인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일본 열도 4대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섬을 이야기한다. 그 중 조선 도공은 어떻게 일본에 터를 잡았고, 일본이 고대 문화를 창조하는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다룬다.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는 아스카 주요 절을 답사하며 한반도가 전파한 문화가 일본에서 어떻게 자생하게 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정글만리』
  한국 문학계의 한 획을 긋는 조정래 작가가 『정글만리』(해냄 펴냄)를 펼쳤다. 이미 『정글만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3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약 3개월여 동안 매일 연재돼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정글만리』는 총 3권으로 구성돼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을 주목하면서도 이를 통해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시들과 고뇌하는 농민공들의 모습 등 어두운 이면도 함께 그려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다섯 나라의 비즈니스맨들과 얽히고설킨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조정래 작가가 이끄는 생생한 세계를 주목해 보자.

 

 
『사상이 필요하다』
  수업종이 울려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강의실 밖에서도 강연은 지속된다. 서울대 정치학과 김세균 명예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책으로 엮은 『사상이 필요하다 :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치적 기본기』(글항아리 펴냄)가 출간됐다. ‘진보’와 ‘보수’, 팽팽한 그 사이에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갈등하고 고민해야 변화할 수 있을지를 말한다. 이를 위해 홍세화, 손호철, 강내희, 심광현, 조희연, 우희종, 이도흠, 하승수 등이 발 벗고 나섰다. 비틀거리는 오늘날의 한국 정치를 향한 매서운 조언이 담겨 있는 『사상이 필요하다 :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치적 기본기』. 민주주의를 향해 한국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에 대해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림자 밟기』
  영화 <화차>의 원작자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여섯 편의 괴담이 담긴 『그림자 밟기』(북스피어 펴냄)를 출간했다. 존재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인 <화차>에 이어 새로 발표한 작품 또한 줄거리가 심상치 않다. 딸을 인두로 지져 학대한 어머니의 이야기 정도는 기본이다. 이 책 속 단편 중 하나인 ‘바쿠치간’에서는 오십 개의 눈알이 돋아있는 이불처럼 생긴 요괴가 등장한다. 이불요괴가 눈알을 빛내며 꿈틀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아마 오늘 밤 쉽사리 이불 덮기가 힘들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에도시대 괴담이 궁금하지 않은가? 무더운 늦여름 밤을 서늘하게 할 끔찍한 괴담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제국의 위안부』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 펴냄)는 한국 언론에서 밝히지 않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파헤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보다 가난했던 우리나라의 상황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절한 사죄와 보상을 했을까? 놀랍게도 저자의 답은 ‘YES’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안부 모집을 조선인이 도왔다는 점이나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만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한·일 사이의 화해와 더 나은 동아시아의 미래. 그러나 이것이 용기 있는 선택인지 일본을 감싸는 억측인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2030 대담한 미래』
  5년 안에 삼성 몰락. 부동산 버블 붕괴와 준비되지 않은 통일.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한국의 미래다. 전문미래학자인 저자는 5년 안에 시스템을 전면 개정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전 정부가 필사적으로 막았던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된다는 주장은 단순 비관이 아니다. 통계적 수치와 경제적 지표로 강력히 무장한 전문적인 예측이다. 이미 막을 방도는 늦었으니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을 모르는 척하기엔 여유가 없다. 카운트다운! 5년 안에 솟아날 구멍을 찾아라.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가 신작을 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펴냄). 이 책은 살인을 끊은 지 20년이 훌쩍 지난, 치매를 앓고 있는 살인범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양딸 ‘은희’를 또 다른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 책은 제목 그대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살인 경력을 지닌 70대 노인의 기억에 주목한다. 정신이 또렷할 때마다 적는 글에 걸맞게 비교적 짧은 문장들로 구성돼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과연 이 살인범은 자신의 딸을 다른 살인범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궁극의 아이』
  전 세계가 이기심에 가득 찬 ‘악마’같은 몇 명에 의해 움직인다면? 장용민이 5년 만에 펴낸 신작 『궁극의 아이』(엘릭시르 펴냄)는 미래를 ‘기억’하는 아이를 이용하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향한 선택 혹은 저주받은 아이의 복수를 그린다. 소설은 10년 전으로부터 온 의문의 편지들로 시작된다. 연쇄살인을 예고하는 편지와 예고대로 이뤄지는 살인. 그리고 그것을 막고자 하는 FBI요원 사이먼과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갖고 있는 앨리스!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드는 『궁극의 아이』는 마치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면 속에 펼쳐진 한 편의 영화를 독자들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데 도저히 얻지 못했던 적이 있는가?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다. 회사에서 연봉협상을 할 때, 부모님께 용돈 인상을 요구할 때, 하다못해 교수님께 성적을 정정해달라고 부탁드릴 때! 하버스협상연구소에서 다년간 협상을 경험해 온 저자 다니엘 샤피로와 로저 피셔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한국경제신문사 펴냄)에서 우리가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주목하라. 교수님의 마음을 흔들어 성적표에 모조리 플러스를 달 날이 멀지 않았다!


 
『28』
  정유정은 대한민국의 귀한 작가다. 작가의 감상이나 성찰을 귀하게 모시는 문단 풍토에서 서사성이 강한 정유정 스타일의 소설은 드물기 때문이다. 『28』(은행나무 펴냄)은 상상력이 충족시켜주지 못한 부분을 섬세한 ‘취재’로 보충하며 쓴 웰메이드 서사다. 『7년의 밤』(2011)이나 『내 심장을 쏴라』(2009)에 비해서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병에 걸린 개에 물려 ‘눈이 빨갛게 붓고 온몸에서 피가 나오는 전염병’이 화양을 덮치고,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봉쇄된 화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최근에 개봉된 <감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별한 상상력은 아니지만, 몸으로 서사를 밀고 나가는 소설가의 뚝심만큼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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