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디스트릭트9>를 재해석하고 있는 손희정 강사. 사진 조동욱 기자

 

어느 날 갑자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외계인들이 상륙한다. 외계인들은 완전히 저열한 생물체로 차별 받으며 ‘디스트릭트 9’이라는 지역에 고립돼 28년 간 인간의 통제를 받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각종 사회적인 문제들, 범죄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부는 강제철거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영화 <디스트릭트 9>이다.


영화를 정면에서 바라본다면 ‘외계인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분리 정책을 비판한 거라고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교양 강의 <영화미학과 감상>에선 영화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영화가 현대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기존의 영화관련 교양수업들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지난 5일 강의에서 손희정 강사는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한네스버그 케이프 타운엔 ‘디스트릭트 6’라는 구역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흑인과 백인이 섞여 살던 곳이었지만 1960년대 인종분리정책의 일환으로 흑인들은 디스트릭트 6구역에서 강제이주 당했다. 영화 속 외계인을 강제이주 시키려는 상황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외계인을 이주민, 여성, 흑인과 같이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로 생각한다면 단순한 SF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손희정 강사는 “<디스트릭트 9>이 영화가 아닌 다른 형식을 택했다면 흥행에 실패했을 것”이라며 “외계인이라는 은유를 통해 인종차별이 어떻게 진행돼갔는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를 꼭 이런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현대사회와 연결 지어 분석하는 방법은 영화비평 중에서도 이데올로기 비평이라는 하나의 입장이다. 영화를 미학적인 측면이나 대중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영화감상과 미학>은 주류 해석과는 다른 관점도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때때로 손희정 강사의 해석에 반기를 드는(?) 학생들도 있다. 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찾아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진지하게 지적해가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손희정 강사는 그 다음 수업시간을 이용해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더라”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고 묻는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학생들이 보인다. 그녀의 수업에선 모두 영화 평론가가 될 수 있다.

영화와 관련된 수업이어서 그런지 2시간의 짧은 수업시간은 마냥 아쉽기만 하다. <영화미학과 감상>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한정윤 학생(역사학과 3)은 “영화를 봐야하기 때문에 3시간이 된다면 더 여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전반부에는 영화가 등장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 영화의 형식을 위주로 진행된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영화를 현대사회와 연결 지어 해석하거나 영화 장르를 집중 탐구한다. “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영화를 해석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2시간의 수업시간은 짧은 것 같다”고 말하는 손희정 강사의 모습에서 못내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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