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학술을 읽다] 미장센 전과 리얼리즘
  • 계민경 기자
  • 승인 2013.06.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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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장면 미장센, 당신이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아다드 하나의 '1초의 절반' 중 마지막 화면.
  리움 미술관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기획전에 전시된 아다드 하나의 ‘1초의 절반’은 허구와 실제 사이로 관객을 안내한다. 관객은 클로즈업 된 한 여성의 얼굴부터 방 안 전체의 모습까지 줌 아웃되는 장면을 따라가며 스토리를 기대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들이 있는 공간이 세트장임을 보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꾸며낸 연출이라는 결과에 도달한다. 영화 연출 용어인 미장센은 ‘장면화’라는 뜻으로 배우, 세팅, 분장 등 스크린 프레임 내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장면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기도 하고 때로는 장면들의 연결 속에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와 흡사한 장면이라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현대 영화계에서는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이 때론 영화가 빚어낸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견해다. 예를 들면 할리우드 영화는 백인 우월주의 논리를 앞세워 환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보통 카우보이는 낭만적이고 개척 정신이 강한 존재로 묘사되는 반면 인디언은 미개하고 야만적으로 묘사된다.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내면화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본 장면을 하나의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1초의 절반’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허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가 아무리 사실적이라도 현실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장면을 사실적인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리얼리즘’의 중요한 도구로 인식됐다. 리얼리즘은 객관적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리얼리즘은 문학과 미술에서 말하는 리얼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두 가지 사조로 나뉜다. ‘미학적으로 동기 부여된 리얼리즘’과 ‘이음매 없는 리얼리즘’이 그것이다. 미학적으로 동기 부여된 리얼리즘이란 카메라라는 객관적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관점이다. 카메라가 철저히 객관적으로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단 하나의 해석밖에 나올 수 없으며 다른 가능성은 차단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음매 없는 리얼리즘은 영화 내용이 스크린 밖의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지는 상관이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일지라도 영화 자체를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들이 영화가 환영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연결 흔적 없이 매끄럽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작품 내용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하다고 느끼게 된다.
 
  영화의 사실성의 범위에 관한 의문은 영화사에서 줄곧 제기돼왔다. 사실적인 리얼리즘 미학을 표방하면서도 ‘재현’일 수밖에 없는 영화의 아이러니는 영화 연출에서 더 뚜렷이 드러난다. 연출적 관점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은 차이를 보인다. 모더니즘 시기에는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믿음이 컸다. 만약 연출이 사용되더라도 영화가 표현하는 세계에 대한 진실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포스트 모더니즘 시기엔 보이는 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됐다. 사실적으로 보이는 영화의 장면들이 진실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출된 영화의 장면들은 감독의 주관에 의한 재현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전 리얼리즘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주관적 의도를 가지고 편집되는 연출이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 감독의 주관성을 따라 재현되는 영화 또한 같은 맥락 속에 논쟁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리얼리즘 사조를 따른 영화들은 사회 현실과 민중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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